10월쯤 찾아와 하도·오조리 인근 습지에서 월동
10월쯤 찾아와 하도·오조리 인근 습지에서 월동
저어새 Black-faced Spoonbill (Platalea minor)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분포하는 종이다. 이들은 번식기가 되면 생존개체 90% 이상의 저어새들이 우리나라 서해안의 무인도에서 번식하며 나머지 10%정도가 중국 다렌시, 러시아의 프르겔릉섬이 있다. 월동지로는 제주를 비롯해 대만의 치쿠 습지, 홍콩의 마이포 습지, 중국 남부의 선진시, 베트남, 일본의 하카타만 등이 있다. 제주도에는 매년 10월경에 찾아와 이듬해 4-5월까지 머물다 떠나가지만 간혹 여름철에 어린 저어새들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대표적인 월동지이다. 매년 20-30마리정도가 겨울을 보내고 가는데, 제주도의 민간단체를 비롯하여 대만, 홍콩, 중국, 베트남, 일본에서 저어새들의 월동 개체수를 조사하여 보호활동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저어새들의 겨울철의 특징은 군집을 이루어 활동하기 때문에 이때 각 나라에서 월동개체를 조사 하는데 1993년 처음 조사에서 381마리가 확인 되었다. 이후 매년 1월 개체수를 조사하는데 2003년 1월 1,069마리, 2013년 1월 2,725마리, 2015년 1월 3,272마리, 2017년 1월 3,941마리가 조사되어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에 1979년 12월 성산포에 5마리가 처음 도래하기 시작한 이후 점차 개체수가 증가하여 매년 20-30여 마리가 계속하여 하도철새도래지와 성산읍 오조리 인근 습지에 나뉘어져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간혹 여름철에도 관찰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어린 새였으며 제주도를 월동지로 활용하면서 저어새들이 일본, 제주도, 대만 등으로 이동하면서 중간 기착지로도 이용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새의 이동경로 및 연구목적으로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하거나 위성신호발신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가락지를 부착한 저어새의 제주에서 처음 관찰은 2004년 4월 하도철새도래지에 T37이었다. 이 저어새는 대만에서 2003년 3월 탈진한 채 구조되어 방사될 때 가락지를 부착한 개체다.
2005년 6월에는 하도철새도래지에 노란색 바탕을 한 J11(2004년생, 일본 오카나와에서 벤딩), 2008년 6월 한경면 용수리에서 J15 (2008년 4월 일본 벤딩), 2010년 11월 하도철새도래지에 RU17(러시아 Furugelm 섬에서 태어남), 2013년 6월 T55(2013년 3월 대만)이 관찰 되었는데 대부분 탈진한 개체를 구조하여 방사한 개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어린새들이 최근 들어 제주를 찾기도 했다. 하도철새도래지에서 S06(2014년 11월), E80(2015년 4월), H36(2015년 11월), H54(2016년 11월), V32(2017년 10월)관찰 되었는데 V32는 안타깝게도 2017년 12월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린 새라서 추위에 견디지 못해 폐사된 것으로 여겨진다. H54는 2016년, 2017년, 2018년 10월에 다시 찾아왔다. 2016년 6월 강화도 인근의 각시암이라는 무인도 섬에서 태어난 삼형제중 막내였는데 형제들과 헤어져 제주를 찾았고 나머지 둘은 대만 치쿠 습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것이 확인 되었다. H54는 3년째 연속 제주를 찾고 있다. 2010년에 제주를 찾았던 RU17(러시아)은 2011년 겨울에 재차 방문 했지만 이후에는 제주를 찾지 않고 있다. 다른 월동지에서 조사한 결과 태어난 후 1~2년은 같은 월동지에서 시식하다 짝이 생기면 짝과 함께 다른 월동지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 H54, 3년째 제주를 찾아와 겨울을 지내고 있으며, 종달리해안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H54는 3년 연속 하도철새도래지를 찾아와 줬다. 하도철새도래지를 주 서식지로 삼고 늦은 오후에 썰물에 맞춰 종달리 해안에서 먹이를 찾아 먹으며 겨울을 지내고 있다. 부리를 물에 담그고 휘휘저으며 먹이를 찾고 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추운 겨울 무사히 지내고 조만간 봄이 되면 번식지로 이동 할 것이다. 아마 올해부터는 번식이 가능해 새 짝을 만나 어린 새들을 이끌고 다시 제주를 찾아와줄 지 사뭇 궁금하다.
제주는 번식지에서 가장 가까운 월동지다. 월동지 환경변화에 따라 저어새들이 월동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저어새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서식지환경을 보호해야만 한다.
<지남준 조류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