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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이야기

제주한라병원 2019. 1. 24. 14:07

“생명의 소중함 일깨워 자살 위기 넘기도록 도움”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 이원희 센터장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 석양도 없는 저녁 내일 하루도 흐리겠지/ 힘든 일도 있지. 드넓은 세상 살다 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사랑할 수 있다면 힘든 1년도 버틸 거야/ 일어나 앞으로 나가. 네가 가는 길이 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브라보 마이라이프”라는 노래가사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힘겹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위안을 얻게 만드는, 왠지 모르게 힐링이 되는 노래이다. 그러나 어떤 위안에도 치유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국가차원의 자살예방을 위한 사업이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제주한라병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기관인 ‘생명사랑 위기 대응센터’로 선정돼 2018년7월 개소돼 운영되고 있는데 제주한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인 이원희 센터장과 팀원들을 만나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원희 센터장은 “이 사업은 자살을 기도했다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담 관리하여 자살 재시도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가운데 서비스에 동의한 환자를 상담 및 관리해 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원희 센터장은 “요즘 자살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죠. 자살시도 후 응급실로 내원했다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본인 임의대로 퇴원을 해버린다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냥 가버린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추적관찰을 해보니 한번 시도해 본 사람의 재시도율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를 국가 차원에서 응급실로 온 환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해야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시작된 사업이 바로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라고 사업을 펼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에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를 1차적으로 상담하고 환자 사례를 관리하는 전문간호사가 2명 배치돼 있다.

윤소정 간호사는 “자살시도후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에 대해 외상치료만 하고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응급실로 가서 환자와 면담을 하고 환자의 동의하에 센터에서 추적관찰을 시작하게 돼요. 퇴원을 하고 가더라도 병원진료를 잘 받고 있는지를 계속 추적 관찰을 하는 거죠”라며 센터업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이미경 간호사도 “4주정도 병원에서의 추적관찰이 끝나면 환자는 일단 병원에서 지역 정신보건센터로 이관을 해요. 병원치료가 끝나더라도 이후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런 관리가 실제적으로 자료에서도 두드러지게 차이를 보일 정도로 자살률을 낮추는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보건복지부에서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자살시도 후에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를 맞닥뜨리는게 심적으로도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궁금했다.

“응급실로 내려가기 전에 환자를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환자에게 접근해야 할지를 파악한 후 접근해요.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에 환자가 상담을 거부하는 경우는 보호자에게 먼저 얘기를 듣고 환자에게 얘기를 듣는 등 다양하게 대처한다”며 윤소정 간호사는 전문교육도 이수했지만 정신병동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원희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는 54군데 개소돼 있고 제주도내에는 제주한라병원 등 2군데에서 운영중”이라며 “자살시도자가 응급실에 내원했을 때는 경중에 상관없이 가서 접촉을 하고 가능하면 센터에서 사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자살은 중증이란 게 없기 때문이죠. 자살시도 자체, 즉 자기 몸에 위해를 가했다는 자체가 심각한 것이에요. 퇴원후에는 주로 전화 상담을 위주로 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솔직히 얘기해주지 않고서는 알 수 없긴 하지만 자살시도자와는 다 접촉을 하려고 해요”라며 센터장으로서 마음가짐을 나타냈다.

“자해시도자 중에는 노인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외로움 때문이에요. 힘들면 병원에 오시라고 한다든가, 힘들 때 하소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씩은 꼭 연락을 해요”라며 “예전에 활동을 잘 하던 분이 활동을 안하거나, 말이 없어지거나, 식사를 안하면서 체중이 확 빠진다거나, 잠을 못자고, 불안하고, 얼굴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등이 모두 자살충동의 신호라고 볼 수 있죠. 실제적으로 죽고 싶다는 등의 말로 자살 사인을 보내기도 하죠. 요즘에는 툭하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는 편이라 속마음을 알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고 싶다고 말할 경우는 주의깊게 들어주고 살펴야 해요”라며 자주 들여다보고 무엇이 힘든지 물어보는 등의 가족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이원희 센터장은 누차 강조했다.

“가끔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그 순간을 넘기는 것이 중요해요. 전혀 자살할 사람으로 안보였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해요. 순간을 넘길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만들어 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죠. 오늘은 너무 죽을 만큼 힘들 때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누군가가 나의 손을 잡아줄 수 있으면 순간을 넘기게 되고 다음날이 되면 죽고 싶은 마음이 가라앉게 되죠”라며 “센터에 있는 전문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그런 순간을 같이 해주기 때문이죠. 자살충동을 가라앉히게 하는 역할을 바로 전문간호사들이 해주는 덕분”이라며 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센터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작년 7월에 제주한라병원 센터가 개소돼 시작단계이지만 올해에는 많은 심포지엄, 캠페인 등을 펼칠 계획이에요. 교육은 관계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주변을 주의 깊게 보고 선뜻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환경, 즉 사회 전체적으로 같이 이뤄져야 자살을 줄일 수 있어요. 자살센터가 사후관리도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일반인들에 대한 교육도 같이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 센터장에게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유어 라이프!!

<글=원혜영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