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농부와 욕심많은 관리의 송사사건
욕심많은 관리가 농부의 당나귀를 뺏아가는데…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이야기 ⅩⅩⅢ, 정의로운 판결 ① -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등 다양한 불법을 행한 의혹으로 피의자가 되어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보도가 신문과 방송, 인터넷 뉴스에 가득하다. 부끄럽고 참담한 대한민국 사법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 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당시 대법원장이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 측 변호사와 대법원장 사무실에서 만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과연 그가 대한민국의 대법원장이었는지 의구스러운 행적으로 많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수천년 전 이집트에서 있었다는 한 농부와 관리 사이에 벌어진 사건에서 정의가 구현되는 이번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의 가슴을 더욱 저리게 한다.
파라오 누부카우레 재임 시절이었다. 파이윰이라는 지방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이 농부, 쿠나누프는 가을이 되면 수확한 곡식이나 소금을 남쪽에 있는 큰 시장에 내다 팔고, 다른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 돌아오곤 했다.
농부가 아내에게 말했다. “내일 시장으로 가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좀 사야겠소. 창고에 식량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살펴보시오.” 아내가 남아있는 곡식을 들고 오자 그는 곡식을 둘로 나누어 더 많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곡식은 내가 없는 동안 당신과 아이들이 먹도록 하시오. 나머지 곡식으로는 내가 다녀오는 동안 먹을 빵과 맥주를 만들어 주오.”
다음날 농부는 빵과 맥주, 그리고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을 두 마리의 당나귀에 싣고 시장이 있는 헤라클레오폴리스를 향해 출발했다. 며칠 후 그는 페르페피 지방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엔 매우 욕심많고 못된 관리, 넴피나크트가 있었다. 그는 농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는 또 욕심이 솟구쳤다. ‘신이시여, 저 농부의 당나귀와 그의 물건들을 빼앗도록 허락하소서. 나는 정말 소금이 갖고 싶거든요...’
관리는 하인을 불러 “얼른 집에 가서 멍석을 가져오너라.” 하인이 집으로 달려가 멍석을 가져오자 그는 농부가 잠시 후 지나갈 좁은 길 위에 옥수수를 널어놓게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좁은 제방길을 따라 당나귀를 몰고 오던 농부는 욕심많은 관리가 깔아놓은 멍석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멍석은 옥수수 밭과 나일강 사이에 난 좁은 길을 덥고 있었으므로 멍석을 밟지 않고 통과하기는 불가능했다.
농부가 할 수 없이 조심조심 멍석을 지나가는데 관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조심해, 지금 어디로 가는거냐? 내 옥수수를 밟지 말란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조심합지요.” 농부는 밝게 대답하고서 멍석 바깥쪽으로 당나귀를 몰아 지나가려 했다.
“이 망할 놈의 촌뜨기야. 내 옥수수를 밟지 말라고 했잖아? 그쪽에는 길이 없는 것을 몰라?”
“멍석이 길을 덮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군요.”
농부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 그의 당나귀가 맛있어 보이는 한 움큼의 옥수수를 먹었다.
“이런, 좀도둑 같은 당나귀 좀 보게.” 관리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른 당나귀 고삐를 낚아챘다. “이놈이 내 옥수수를 먹었으니 그 대가로 내가 이놈을 가져가야겠다.”
농부는 잠깐 동안 자신의 귀를 의심했으나, 곧 이 관리가 억울하게 자신의 당나귀를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뭐라구요? 처음에는 길을 막더니 이번에는 옥수수 몇 알을 먹었다고 당나귀를 빼앗아 간단 말이오? 정의로운 대서기, 메리텐사 님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벌을 내리신다는 것을 설마 모르시진 않겠지요?”
관리는 농부의 말을 듣고 화를 내며, “뭐라고? 이 촌뜨기 놈아! 지금 네 앞에 있는 것은 대서기님이 아니라 바로 나, 넴피나크트란 말이다. 당장 여기서 꺼지지 못해?” 그는 지팡이로 농부 쿠나누프를 세차게 내려치고서는 두 마리의 당나귀를 끌고 갔다. 농부는 눈물을 흘리며 당나귀를 돌려달라고 관리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매 밖에 없었다. 결국 농부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그 뒤로도 십여 일을 넴피나크트 집 주변을 서성이며 당나귀와 짐을 돌려달라고 사정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부산센터장 안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