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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을 아십니까

제주한라병원 2019. 1. 2. 14:48

대형 재난 발생시 신속히 출동해 현장 조치후 이송

권역응급센터 재난의료지원팀



 


지난 4월 12일, 제주 한라병원 응급실 근무 중 재난 전용 전화 알람이 울렸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열기구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DMAT 출동 바랍니다.’ DMAT는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의 약자로 재난의료지원팀 즉,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급파하여 재난이나 다수 사상자 발생 사고에 대비하는 팀을 말한다.

재난이라 함은 날씨 등의 자연현상의 변화, 또는 인위적인 사고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말한다. 특히 인명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 할 수 있고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다수의 환자들을 제한된 시설과 의료진으로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평소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필요로 한다.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 및 외상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한라병원에서는 항상 재난 발생에 대비한 당직의사가 대기 중이고 응급실 데스크 위에 재난전용 전화가 상시 대기중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국내에서 특히 안전을 제일 우선으로 하는 제주도에서는 대형 재난상황이 많지 않아 자주 울리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전용 전화 알람이 갑자기 울릴 때는 한순간 온 몸이 긴장감에 휩싸이게 된다.

아직 아침 8시 조금 지난 이른 시간이었지만 한라병원 DMAT 비상 대기 팀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응급실에 잠시 들러 필요한 장비 및 이동진료 차량 등과 함께 의료진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 모든 상황은 한라병원 뿐만 아니라 119종합상황실의 지휘 아래 도내 각 병원의 DMAT 비상 대기 팀이 함께 출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각 병원에서 투입된 의료진이 현장에서 상태를 파악하고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원까지의 거리와 각 병원의 장비에 맞춰 환자를 분류하고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마치면 바로 이송을 한다.

“중증 환자 1명은 현장에서 가까운 서귀포 의료원으로 이송을 먼저 하겠습니다. 서귀포 의료원에서 처치 후 추가 치료가 필요하면 권역외상센터인 한라병원으로 재이송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외에 다른 경상자들은 외상센터인 한라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겠습니다.치료에 필요한 시설 및 인력들을 준비해주십시오” 라고 현장에서 연락이 왔다.

이렇게 연락이 오면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이 없게 하면서도 한 번에 도착하게 될 여러 명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된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권역응급센터인 한라병원의 주도 아래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지역사회에서 제주한라병원이 차지하는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당시 사고는 안타깝게도 중증 환자 1명이 사망하였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큰 후유증 없이 퇴원하였다. 제주한라병원 응급실에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로서 평소 당직표에서 DMAT을 보긴 하였지만 실제 상황 발생시 이렇게 신속하고 빠르게 팀이 움직이고 119종합상황실 및 각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빠른 판단과 처치를 하는 이곳 제주도의 재난 시스템이 경이로웠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그동안 얼마나 많은 훈련과 사전 준비가 있었을까 생각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하였다.

이곳에 오기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서울 소재 대형병원 중 한 곳의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민관군 합동 재난훈련을 포함한 여러 재난 훈련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재난 상황에 투입된 적은 없었는데 제주한라병원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DMAT을 통해 이송되어 온 환자를 응급실에서 치료하게 되니 체계적인 준비와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비단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뿐만이 아니다. 한라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있는 119 의료지도를 통해 연중 24시간 제주도 내의 응급환자 발생 시에 출동하는 구급대원들에게 전문적인 의료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여 신고가 들어오면 24시간 대기 중인 119종합상황실에서 바로 가장 가까운 곳의 구급차를 보내고 이와 동시에 응급처치 전문 상담원(구급상황 관리사)이 전화로 응급처치법을 안내한다.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여 상황을 파악한 후 의료지도 의사와의 연계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수용 예정 중인 병원 응급실에 환자 정보가 전달되어 곧 도착할 응급환자의 처치를 준비한다. 특히 제주도 내에서 발생하는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거의 대부분 권역외상센터인 한라병원 응급실로 이송이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부터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통한 치료가 개입되어 응급실까지 최대한 안전하게 도착하고 이후에도 외상 전문의를 통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대형 재난상황이 아니더라도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아프다는 상황 자체가 재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이 넘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66만 도민과 연간 약 1500만 명의 관광객들의 안전이 지켜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안전하고 건강한 제주를 만드는 일에 제주한라병원이 앞장서고 있다. 오늘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강준식 응급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