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생명, 신속한 판단과 치료 방침이 기로(岐路)
시간이 생명, 신속한 판단과 치료 방침이 기로(岐路)
중증외상환자의 진료 |
국내에서 외상의 대부분은 둔상으로 광범위한 신체부위가 큰 압력을 받아 파열되는 것이 주요 기전으로 다발성 외상 환자이다. 자상이나 총상과는 달리 광범위한 신체 부위에 대량 손상을 가져오며 패혈증,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 등의 합병증을 초래 하며 치료 후의 예후도 좋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체계적인 외상센터 건립 및 관련된 외상외과를 전공하는 인력이 양성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외상체계가 잘 정비돼 있는 지역에서는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1%대로 낮추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증외상환자는 초기 진단이 어렵고 급격한 임상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중증외상환자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다. 사고 직후 얼마나 빨리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오는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갖춰진 병원으로 간다 해도 얼마나 빨리 진단을 내리고 치료방침을 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훈련이 된 외상외과의사가 필요한 이유다.
중증외상환자의 사망 시간을 보면 사고 후 수 분내에 50~60%의 환자가 현장에서 사망하게 되며 살아서 병원에 도착하지만 1시간에서 24시간 동안 25~30%의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사고 현장에서 사망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사고를 줄이는 방법 외에 대처할 방법이 별로 없다. 하지만 살아서 병원으로 이송된 나머지 환자에 대해서는 외상외과의사의 빠른 판단과 치료방침에 따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설수 있다.
51세 남자 환자는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사고로 입원치료 받았다. 환자는 사고로 인해 광범위한 피부결손,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수개월째 누워 있는 상태이다. 입원 후 약 2개월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 하였고, 인공호흡기 치료, 피부이식, 투석치료 등을 받았다. 광범위한 피부결손은 세균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 차례 상처 소독이 필요했고 영양상태 관리, 재활치료 등이 필요하였다.
25세 여자 환자도 차량에 깔리는 사고로 입원치료 받았다. 심한 폐좌상과 기흉, 뇌출혈 과 미만성 축삭손상, 골반을 포함하여 다발성 골절로 수술이 필요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였다. 외국인 환자로 치료가 끝난 후에는 본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 환자분들처럼 중증 외상환자는 사고로 인한 손상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단지 외상수술을 할 수 있는 인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제주도는 천혜의 관광지로 2017년 기준 14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제주도의 인구수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매년 인구수,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사고 손상 환자도 늘어가고 있다. 제주도는 섬 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중증 외상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타 지역으로 이송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 항공기 내에서 기압의 변화나 선박을 이용한 장시간의 이송을 생각한다면 중증외상 환자의 타 지역 외상센터로 이송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제주도내에 외상센터가 필요한 이유이며 2016년 제주한라병원에 권역외상센터가 유치되어 운영 중에 있다.
중증 외상환자의 발생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환자는 각각 다양한
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온다. 중증외상환자가 오면 퍼즐을 맞추듯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지, 기저질환은 있는지 묻고 생각한다. 같은 손상이라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수술을 결정하기도 하고 혈관조영술을 의뢰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누워 있게 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각각의 환자마다 손상의 정도나 크기가 달라 환자마다 다른 판단과 그 판단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외상외과 의사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