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없던 회색빛 깃털이 화려하게 변하면 이소
볼품없던 회색빛 깃털이 화려하게 변하면 이소
본격적인 알품기가 시작되면 팔색조 부부는 둥지 손보기에 더욱 바빠진다. 하루 종일 알품는 암컷에게 수컷은 열심히 먹이를 잡아다주며 간혹 먹이가 아닌 것도 물어다준다. 그것은 소나 노루의 똥이다. 암컷은 그걸 받아 잘게 부수어 둥지 입구의 주변에 골고루 바르기도 한다. 둥지에 동물의 배설물 냄새가 나도록 하여 천적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이다. 팔색조의 육아기간은 장마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연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숲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새끼를 키우는 이유는 먹이인 지렁이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활엽수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숲의 나무 아래는 습하고 양분이 풍부해 지렁이들이 많이 살고 있으므로 이를 잡아다 육아를 하는 것이다. 지렁이를 잡아 어린 새들이 먹기 쉽게 잘게 자르고 부리에 주렁주렁 지렁이를 물고 나르는 어미 팔색조에게는 습한 날씨가 육아에 최적의 날씨가 되는 것이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팔색조도 어릴 때는 약간 볼품이 없는, 검은 회색빛이 도는 삐죽삐죽한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천적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둥지의 재료인 나뭇가지와 유사하다. 그러나 회색빛의 깃털은 화려한 색깔로 변해가고 아름다우며 부드러운 깃털을 갖춘 후에 둥지를 떠나게 된다.
또 한 가지의 신비는 팔색조 둥지에 있다.
팔색조가 처음 둥지를 짓고 알을 품을 때 둥지 입구는 간신히 드나들 정도의 작은 크기다. 천적으로부터 알의 도난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새끼들이 부화하고 성장하게 되면 둥지 입구도 탄력적으로 늘어난다. 비밀은 둥지에 사용한 복합재료 덕분이다. 나뭇가지로 기초를 잡고 그 위에 가는 나무뿌리와 줄기로 모양을 엮어 부드러운 나뭇잎으로 공간을 채운 둥지는 신축성이 무척 뛰어나다. 보름이 넘게 공들여 짓는 이유도 거기에 있으며 건축가로 나서도 손색이 없는 솜씨를 자랑한다.
팔색조는 보통 한 둥지에 4~6마리의 새끼들 낳는데, 새끼들은 나름대로 순서를 지키며 공정하게 어미가 갖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서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있는 것이다. 둥지 입구가 좁기 때문에 다른 산새들과 달리 한꺼번에 머리를 내놔 먹이를 받아먹는 게 아니라 순서에 맞추어 차례로 한 번씩 돌아가며 먹이를 받아먹는 기특함을 보인다. 그리고는 엉덩이를 돌려 변을 보고 다음 순번에게 양보를 한다. 이때 주머니 형태의 변은 어미가 받아 물고서는 멀리 가서 버리게 된다.
욕심이 많은 인간과 다르게 양보할 줄 아는 새가 팔색조인 것이다.
어린 팔색조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미 새들의 남다른 희생이 필요하다. 새끼들을 키우느라 화려하기를 자랑하는 모습의 팔색조가 아니라 너무나 힘겹게 어린 새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며 우리 인간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