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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브랜드 다시 찾을 수 없나?

제주한라병원 2018. 5. 31. 10:41

허니문 브랜드 다시 찾을 수 없나?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제주는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허니문 관광지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허니문 이미지는 퇴색되고 말았다. 신혼의 메카라고 하던 제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50대 이상 대한민국 사람치고 신혼 때 제주를 거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제주도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당연히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해외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혼관광을 지켜나가려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 허니문 관광은 체류 일정이 긴 데다 비교적 씀씀이가 크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 신혼부부들에게 허니문은 무엇일까? 허니문은 신뢰를 바탕으로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신혼부부들이 사랑을 약속하며 미래를 다짐하는 달콤한 기간이다. 단란한 가정을 꾸미기 위한 꿈,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설계 등 신혼부부들에게 있어서 허니문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허니문 관광지는 신비로움과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야 한다. 제주도가 허니문관광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신혼부부들에게 교훈과 추억을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고 포장해야 한다. 예전에 목석원의 갑돌이와 갑순이 스토리를 기억한다. 제주의 자연석과 돌을 활용해서 갑돌이와 갑순이란 이름으로 의인화하고 인생여정을 입혔다. 갑돌이와 갑순이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살아가는 과정에 고통과 시련, 그리고 위기가 찾아오는 등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린 평범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목석원의 주요 테마로 일반인은 물론 많은 신혼관광객들에게 감흥과 교훈을 주면서 주목받았던 스토리텔링의 전형적 사례다. 이 이야기 속에 제주관광이 지향해 나가야 할 철학이 담겨 있다.


생불꽃 이야기와 허니문

 제주의 무속 가운데 불도맞이굿은 어린아이 탄생과 성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천꽃밭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생불꽃이 자란다. 생불꽃은 어린아이를 점지하고 성장을 관리하는 꽃이다. 생불할머니가 서천꽃밭에 하늘에서 내려온 꽃씨를 심는다. 여기서 피어난 꽃, 즉 생불꽃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인간들에게 아이를 점지하고 잉태시켜 주는 것이다. 이 생불꽃의 방향에 따라서 태어날 아이의 운명이 결정된다. 생불할머니가 동쪽의 푸른 꽃으로 아이를 점지하면 아들이 되고 서쪽의 흰 꽃은 딸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남쪽의 붉은 꽃으로 점지하면 장수하게 되며 반대로 북쪽의 검은 꽃은 단명하게 된다고 한다. 불도맞이굿은 질병이 만연했던 시절, 생불할망을 통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 건강하게 성장해 주길 갈구하는 염원이 낳은 집단적 제의식이었다. 결국 생불꽃은 자손이 번성과 안녕을 기원했던 전통의식에서 생겨난 꽃이니만큼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신혼부부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고 교훈적인 꽃이 될 수 있다. 불도맞이 굿을 할 때 생불꽃을 상징하는 꽃으로 동백꽃을 쓴다. 따라서 제주의 동백꽃과 그 군락지들을 생불꽃과 연결한다면 아주 흥미로운 허니문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제주에는 조천면 선흘리 동백동산과 남원읍 위미리에 버둑할망 동백숲, 남원읍 신흥리 동백 군락지가 있다.


서귀포의 허니문 이미지

 제주 안에서도 허니문의 이미지는 서귀포가 선점해 왔다. 에메랄드빛 바다색에 다이아몬드 같은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눈부신 해안, 그리고 한가로이 떠다니듯 자리 잡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 서귀포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요, 시요, 노래다.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것이 허니문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풍광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적 아름다움만으로 허니문의 이미지를 이어나가는 것은 부족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관광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했다. 즉 교훈적 요소가 살아 숨 쉬는 스토리텔링이라든지 체험관광을 시도하지 못한 것이다. 서귀포의 이름다운 경관에다 허니문 이미지를 입힌다면 정말 뛰어난 신혼의 명소가 될 수 있다. 풍수지리설 속설에 서귀포를 성적으로 묘사한 흥미 있는 사례가 있다. 효돈동에 있는 월라봉과 보목동에 있는 재재기 오름에 대한 얘기다. 월라봉은 남성을 상징하고 재재기 오름은 여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오름의 형태 때문에 성적인 개방성을 경계해 왔다는 속설이 있다. 이런 속설을 허니문 이미지 연출에 활용해보면 어떨까? 서귀포 앞 바다에 떠 있는 섶섬을 처녀의 섬으로 하고 맞은편의 뾰족하고 강하게 솟아 있는 문섬을 총각의 섬으로 명명해서 흥미 있는 스토리를 다는 것이다.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에서 섶섬과 문섬에 담긴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소원빌기, 사랑의 서약 등 의미 있는 이벤트를 함께 진행한다면 매력 넘치는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허니문 이미지 하나만이라도 확실한 관광브랜드로 정착 시킬 수 있다면 서귀포 관광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비록 국내 신혼부부들은 외국을 선호한다 할지라도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신혼의 메카로 제주가 부상하는 길, 부질없는 생각일까?


<JIBS 송정일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