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숲이야기

황금 물결 넘실대는 들녘과 보라색 갯무꽃이 반겨

제주한라병원 2018. 5. 31. 10:40

황금 물결 넘실대는 들녘과 보라색 갯무꽃이 반겨  





 제주도는 구 제주만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밭을 쉽게 만나게 된다. 일 년 내내 어떤 농작물이라도 쉬지 않고 재배하는 그 밭에 요즘은 황금물결이 춤추고 있다. 청보리가 황금보리로 익어가고 있다. 4월이 되면 청보리를 보기위해 마음이 급해져서 가파도로 달려가 바다와 하늘과 제주 본섬을 배경으로 펼쳐진 초록의 싱그러움에 힘을 얻는다. 시간이 지나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갈 때 쯤 이면 또다시 가파도 배에 앉아 있게 된다. 가파도 상동 포구에 내려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할망당’에 잠시 머리 숙이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걸으면 담벼락에는 원예종의 화려한 꽃들이 시선을 끌지만 그 아래 소담하게 피어있는 노란 ‘괭이밥’꽃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괭이’는 고양이를 뜻하는데 고양이들이 소화가 안 될 때 이 식물을 먹는다고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핀다고 하지만 따뜻한 곳에서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마을 안쪽 길에서 상동마을이 끝나는 쯤에 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보리밭은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에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섬 여기저기 피어있는 ‘갯무 꽃’은 연보라색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산소 하나를 가득 덮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그 산소의 망자는 행복하겠지! 하동마을 입구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가파 초등학교’를 지나면 ‘섬’이라는 제목으로 노천 사진전을 하고 있다. 빈 공터에 담벼락에 오래된 창고 문에 가파도 해녀들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서 왠지 덤으로 받은 선물 같아 너무 감사하다.


 여기저기로 나누어진 밭길 따라 걷다보면 해안 길로 이어진다. 가파도 해안은 남쪽과 북쪽의 지질이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해안가 식물들도 조금은 다르게 자란다. S자의 곡선이 아름다운 남쪽 해안 길에서 만난 ‘모래지치’와 ‘갯까치수영’의 하얀 꽃이 수줍다. 옛날 밭에서 귀찮을 정도로 자랐다는 청 보라색의 ‘뚜껑별꽃’도 이제는 개체수가 줄어서 보면 반가운 야생화가 되었다. 바다의 시금치라는 ‘번행초’의 싱싱한 잎은 짠맛인 줄 알면서도 살짝 뜯어 맛을 보게 된다. 흙길에서 시멘트 길로 변한 올레 입구에 누군가 애타가 기다리는 듯 ‘갯메꽃’ 한 송이가 마음을 찡하게 한다. 하동마을의 수호신인 ‘할망당’을 지나면 바닷가 암석사이사이 피어있는 ‘암대극’의 황록색 꽃이 멀리 본섬을 바라보며 피어있다. 붉은 꽃대에 꽃이 지고 나면 붉게 물들어가는 잎은 겨울까지 남아 있어 멋스럽다. 대극과의 식물들은 독성이 강해서 좋은 약재로 쓰이지만 바라만 볼 뿐 조심해야 하는 식물들이다. 콩과 식물인 ‘갯완두’도 진한 분홍빛을 뽐내며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바람막이처럼 튼실한 잎을 키우며 ‘갯강활’은 전성기인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유년시절 반지, 목걸이, 화관까지 만들며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토끼풀’도 가파도에 피어서 더 고와 보이는 걸까?

 가파도는 청 보리가 아니어도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피고 지는 야생화들이 다채로운 곳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여기저기 건물들이 들어서고 현대식으로 변해가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매년 더 해가지만 큰 계획 없이 잠깐 짬을 내서 찾을 수 있는 가파도에서 생활의 찌든 마음을 정화 할 수 있어 좋다.



△ 갯까치수영



△ 갯완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