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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고난과 역경 이겨내고 영웅으로 탄생

제주한라병원 2017. 12. 28. 13:24

역사 속 세상만사 - 이집트 신화 이야기 Ⅹ, 호루스와 세트의 전쟁 -

 

갖은 고난과 역경 이겨내고 영웅으로 탄생

    

 

형수인 이시스의 지혜에 속아 넘어가 신들로부터 왕으로 인정받지 못한 세트가 부하들과 함께 남쪽 사막으로 떠나간 뒤, 이집트에는 한동안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머지않아 전쟁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호루스는 매일 아버지의 원수인 세트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다. 죽은 자들의 세계 두아트에 있던 오시리스도 가끔 두아트에서 나와 직접 아들을 훈련시켰다.

 

하루는 아버지 오시리스가 아들 호루스에게 물었다.

“아들아,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이 무엇인지 말해보거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 일입니다.”

“네가 전투에 임할 때 가장 유용한 동물이 무엇이냐?”

“말입니다.”

“혹 용맹한 사자가 더 도움이 되지 않느냐?”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그들을 없애는 데에는 말이 훨씬 유용합니다.”

오시리스는 몇 가지 질문을 더한 후 근엄하게 말했다. “이것으로 너에 대한 시험은 끝났다. 이제 너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세트와의 전쟁에 나서거라.” 마치 무림의 고수인 스승이 수련받던 제자에게 “이제는 더 가르칠 것이 없으니 하산하거라” 하는 분위기로...

 

오시리스가 죽은 자들의 세계인 두아트로 돌아간 뒤, 세트도 전투를 치를 준비를 마치고 부하들에게 무장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는 떠오르는 태양의 신 ‘하르마키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르마키스는 오시리스와 세트 모두에게 형제였기 때문에 여태까지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하르마키스는 이번에는 호루스를 돕기로 결정했다. 호루스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접한 세트는 검은 멧돼지의 모습으로 변해 전쟁에 임했다. 먹구름처럼 검은 이 멧돼지는 가장 용맹한 전사조차도 한번 보면 두려움에 떨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세트는 나일 델타의 무성한 갈대 숲에 몸을 숨기고 잠복했다.

 

한편 조카인 호루스를 만난 삼촌 하르마키스는 이렇게 조언했다. “내가 너를 위해 주문을 외울테니 한낮의 태양처럼 빛나는 너의 두 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다오. 그리하면 세트가 우리를 격파하기 위해 어떤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와 그의 부하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고 호루스이 두 눈이 정오의 태양처럼 빛나기 시작하자 하르마키스는 그의 두 눈을 응시했다. 처음에 호루스의 두 눈은 푸름 구름이 낀 녹색바다와 같더니 곧 유리처럼 투명해졌다. 그의 두 눈에 세트가 숨은 델타의 갈대숲이 보이려는 순간, 갑자기 무시무시한 검은 멧돼지가 괴성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무방비상태에 있던 하르마키스와 호루스는 갑자기 멧돼지의 공격을 받자 당황했다. “호루스야, 저 검은 멧돼지를 조심해라. 저렇게 크고 사나운 멧돼지는 처음 보는구나.”

 

그들은 멧돼지가 세트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고, 아직 주문을 마무리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멧돼지 세트는 호루스의 눈에 섬광처럼 빠르고 불같이 뜨거운 한방을 날렸다. 호루스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며 외쳤다. “앗, 세트다. 저 돼지가 뜨거운 불로 내 눈을 쳤어!”

 

하르마키스가 도우려고 했지만 세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화가 난 하르마키스는 세상의 모든 돼지와 돼지를 만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렸다. 그 저주는 오로지 검은 돼지를 호루스에게 제물로 바치는 보름날 밤만을 예외로 했다. 공격을 받은 호루스의 두 눈은 먹구름이 잠시 하늘을 가릴 것처럼 한동안 어두워졌지만 곧 다시 밝아졌다. 그는 하르마키스의 배를 타고 나일 강을 거슬러 상이집트로 올라갔다.

 

상이집트로 가는 길에 호루스는 선한 신 오시리스를 따르지 않고 악한 세트를 따르던 군사들과 몇 차례 전투를 벌이게 된다. 최초의 전투는 멤피스 근처였다. 여기서 호루스는 빛을 뿜는 커다란 날개달린 원반으로 변해 싸웠다. “너희들은 눈은 있으나 보지 못할 것이고, 너희들의 마음 역시 어두워질 것이다.” 이렇게 호루스가 주문을 외우자 군사들은 서로를 낯선 사람으로 보게 되었고,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같은 편끼리 서로 죽이게 되었고 결국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많은 신화 속 영웅의 탄생 과정을 보면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갖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호루스 역시 멤피스에서의 이 첫 전투를 시작으로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전투에서 왕으로서의 자격을 검증받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