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세트는 이시스에게 뼈저린 1패를 당하는데⋯

제주한라병원 2017. 11. 27. 14:51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신화 이야기 Ⅸ, 후계자 결정의 순간 -

 

 

세트는 이시스에게 뼈저린 1패를 당하는데⋯

 

 

오시리스에 이어 이집트의 다음 파라오로 누가 적당한지 논쟁하던 신들은 결정을 미루고 이집트 중부의 섬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위대한 신 ‘라’의 명령으로 이시스는 참석이 금지되었다. 회의에 배제된 이시스는 지혜의 신 토트와 상의한 후 여동생인 네프티스를 찾았다. 세트의 아내였던 네프티스는, 세트가 자신의 오빠이기도 한 오시리스를 죽이자 아들 아누비스와 함께 집을 나와 지내고 있었다. 게다가 네프티스는 신들의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신들의 회의에서 포악한 남편에게로 돌아가라는 결정이 내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시스는 동생 네프티스를 만나 자신이 신들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네프티스는 자신이 입던 옷과 바구니처럼 생긴 모자를 언니에게 빌려주어 언니가 자신의 모습으로 변장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네프티스의 도움으로 동생의 모습으로 변장한 이시스는 중부섬으로 가는 강변으로 가 뱃사공 넴티를 만났다. 중부섬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하자 넴티는 ‘라’와 세트가 화를 낼까봐 겁을 냈다. 이시스는 그에게 값진 선물을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의 언니 이시스는 신들의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금지되었만 나는 네프티스예요, 이시스가 아니잖아요?”

 

뱃사공 넴티는 그녀가 네프티스로 변장한 이시스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중부섬으로 데려다 주었다. 이시스가 중부섬에 도착하자 세트는 그녀를 아내 네프티스인줄 알고 반가워했다. “네프티스, 나의 왕비여! 도대체 이게 얼마 만이오? 신들의 회의에서 내가 이집트의 파라오로 결정되면 당신을 데려오려 했었다오. 그런데 당신 스스로 이렇게 나를 찾아와주니 정말 기쁘구려.”

 

이시스는 네프티스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자유로운 제가 왜 당신과 떨어져 살겠어요? 사랑하는 나의 주인이시여. 당신은 내가 언니 이시스의 마법에 걸려 집을 떠났던 걸 몰랐군요?”

 

아내 네프티스가 자기를 증오하여 떠났다고 확신하던 세트는 네프티스의 말이 별로 믿기지는 않았지만 날렵한 몸매, 별처럼 반짝이는 눈망울,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네프티스의 얼굴을 보니 과거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내게 돌아왔으니 과거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겠소”

 

변장한 네프티스는 말했다. “알겠어요. 하지만 먼저 신들의 회의에서 맹세를 하셔야 해요. 내 아들이 때가 되면 이집트의 파라오가 될 것이라는 맹세 말이에요. 그리고 내 아들이 당신을 공격하지 않는 한 그를 해칠 어떠한 음모도 꾸미지 않겠다고 말이에요.”

 

세트는 네프티스의 말이 약간 이상하다고는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흔쾌히 대답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때가 되면 당신 아들이 파라오가 된다는 것을 약속하겠소.” 세트는 큰 소리로 외치며 그녀를 껴안으려 했다. “신들의 회의에서 맹세를 하기 전에는 안 돼요. 아직은 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

 

신들의 회의가 열리는 다음날 새벽이 될 때까지 이시스는 세트 곁에서 붉은 포도주를 따르며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러나 자신을 껴안는 것은 여전히 허락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변장한 네프티스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세트를 부축하여 신들의 회의가 열리는 장소까지 데려갔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세트는 그녀의 요구대로 신들의 앞에서 네프티스로 변장한 이시스를 바라보며 맹세를 했다.

 

“필레에 잠든 그분께 맹세한다. 너의 아들은 이 땅을 다스릴 때가 오는 즉시 이집트의 파라오가 될 것이다. 그가 나를 공격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그를 해치거나 해롭게 하지 않을 것이다.”

 

세트가 맹세를 하자마자 이시스는 환하게 웃으며, 네프티스의 옷과 모자를 벗어던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말했다. “세트가 필레에 잠든 그분께 맹세한 것을 지킨다면 신들의 회의에서 더 이상 의논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나는 이시스입니다. 세트는 나의 외아들 호루스가 이집트의 정당한 파라오라고 맹세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신들은 세트가 이시스의 꾀에 빠진 것을 보고 빙긋 웃었다. 세트가 맹세한 이상 머리아픈 골칫거리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위대한 ‘라’ 마저도 미소지었다. 감쪽같이 속은 것을 깨달은 세트는 격분하여 미친 하마처럼 울부짖으며, 천둥처럼 지축을 흔드는 소리를 질러댔다.

 

“호루스가 내 왕국을 그리 쉽게는 못얻을거다. 그 녀석이 자라면 나에게 도전하라고 해. 내가 그 녀석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그놈의 고기로 잔치를 열어주마.” 세트는 이렇게 윽박지르며 부하들과 함께 남쪽 사막으로 떠나갔다. 영리한 이시스에게 아둔한 세트가 뼈저린 1패를 당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리란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