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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들의 세계에서도 ‘쫀쫀함’ 같은 인간적 면모 보여

제주한라병원 2017. 10. 26. 15:37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신화 이야기 Ⅷ, 세트의 호루스 독살 -

    

 

神들의 세계에서도 ‘쫀쫀함’ 같은 인간적 면모 보여

    

  

지혜로운 이시스의 계책으로 라의 후계자가 된 오시리스. 시리즈 초반에 다룬 바와 같이 이후 악의 상징인 세트의 음모로 오시리스는 목숨을 잃고, 이시스는 천신만고 끝에 남편 오시리스의 흩어진 몸을 한데 모으는데 성공한다. 그리하여 결국 오시리스는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가서 그곳의 왕이 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럼 지금부터는 아버지 오시리스의 복수를 할 운명을 갖고 자라나는 호루스의 성장과 세트에 대한 복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오시리스의 시체를 매장한 이시스는 그의 영혼이 ‘두아트’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되자 호루스를 숨겨놓았던 켐미스 섬으로 돌아가 호루스를 돌본다. 하지만 이집트를 접수한 세트는 급기야 어느 밤 전갈로 변신하여 호루스가 잠든 작은 움막으로 숨어든다. 때마침 이시스는 달의 신 콘수에게 아들의 안전을 비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전갈로 변신한 세트는 아기의 요람에 기어들어가 잠든 호루스를 독침으로 쏘고 달아난다. 이시스가 울고 있는 아기에게 돌아와 전갈의 독을 제거하려 밤새 노력했지만 아기 호루스는 해가 뜨자 숨을 거두고 만다.

 

절망에 빠진 이시스는 현자인 토트 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보셨나요? 세트는 내 남편을 죽이더니 이제는 아들마저 죽였답니다. 호루스는 아버지 오시리스의 복수를 해야만 합니다. 지혜의 신 토트여! 어찌하면 좋습니까?”

 

토트가 말했다. “호루스는 다시 살아날거요. 그의 영혼은 잠시 그의 몸을 떠나 두아트에 있는 오시리스를 만나러 간 것 뿐이오. 호루스는 베누 새의 모습으로 돌아와 태양신 라의 밝은 빛이 헬리오폴리스의 대 오벨리스크 꼭대기에서 떠오를 때 불타올라 재가 될 것이오. 그 재 속에서 다른 베누 새가 나올테니 그것이 호루스인 줄 아시오. 호루스는 앞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나는 호루스가 지상으로 돌아오기 전에 신들의 회의를 소집하려고 하오. 이 회의에서 나는 누가 이집트의 다음 파라오가 될 자격이 있는지 물어볼 것이오.”

 

토트가 약속한 대로 나일 강의 동쪽 제방에 있는 헬리오폴리스에서 신들의 회의가 개최되었다. 헬리오폴리스는 고대 이집트의 도시로 나일강이 여러 지류로 나뉘어 델타로 흘러 들어가는 곳이며, 상이집트와 하이집트의 경계에 있었다.

 

아몬 라 앞에 모든 신들이 모인 후, 세트가 신들 앞으로 나와 “나와 내 부하들은 이미 이집트 땅을 장악했으니 내게서 파라오 자리를 뺏으려 한다면 이집트는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될거요”라며 자신이 오시리스의 동생으로서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혜로운 토트가 어린 호루스를 대변하여 말했다. “맏아들인 오시리스가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었듯이, 그의 맏아들 호루스 역시 그를 계승할 권리가 있소이다.”

 

세트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며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요. 호루스라는 아이가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설사 살아있다 해도 진짜로 오시리스의 아들이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아시다시피 오시리스는 호루스가 태어나기 전에 죽지 않았습니까?”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의 처녀 수태가 이시스 신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이때 이시스가 앞으로 나서 신들에게 감동적인 설득을 펼쳤고, 신들이 모두 그녀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세트는 이시스의 말을 중단시키며, “그만해, 이시스! 여러분들은 지금 한갓 아녀자에게 이집트의 운명을 맡기려시는 겁니까? 그녀를 당장 내보내십시오. 저 여자는 이 회의에 참석해서는 안됩니다. 이시스는 결국 아들을 통해 자기가 이집트를 다스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이시스가 위대한 신 ‘라’의 비밀 이름을 알아내 남편 오시리스를 이집트의 파라오로 만든 것을 말입니다. 저 여자를 여기서 당장 내보내야 합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아몬 라가 나서서 회의를 중단시키고, 다음날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내일 아침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두 다시 한 번 모입시다. 회의 장소는 나일 강 중부의 섬으로 하겠소. 그리고 뱃사공에게 주의를 줄 것이오. 이시스는 이 회의에 참석해서는 안된다고.”

 

아몬 라도 지난번에 남편을 파라오로 만들려고 이시스가 꾸민 책략때문에 코브라, ‘우라에우스’에게 물려 개(?)고생했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 신화속 신들에게서도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매우 ‘인간적인’ 쫀쫀함이나 삐짐 등의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