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내서랍속의음악

26년의 시간을 뛰어 넘은 ‘가을 아침’의 원곡

제주한라병원 2017. 10. 26. 15:35

내작은 서랍속의 음악 양희은의 [1991:그해겨울, 11월 그 저녁에]

 

26년의 시간을 뛰어 넘은 ‘가을 아침’의 원곡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동기동기 기타 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이”

 

‘아버지의 양손에 약수와 빨래하는 어머니’ 요즘 세대에겐 참으로 낯선 풍경이다. 1991년 가수 양희은이 부른 ‘가을아침’은 26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2017년 가수 아이유의 목소리와 정성하의 기타연주로 다시 태어났다. 9월 18일 공개 직후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아이유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실감 할 수 있다. ‘가을아침’의 글과 곡을 만든 기타리스트(영화음악감독) 이병우(52)는 이 같은 상황을 “벌어질 일이 아닌데 벌어졌다”며 어리둥절해 했고, “1991년에 마흔 살이었던 양희은씨는 굉장히 원숙한 목소리로 곡을 소화했어요. 제가 프로듀싱을 맡으며 양희은씨에게 음을 낮게 부르라고 권했거든요. 아마 양희은 씨가 20대 때 불렀으면 키를 높게 잡았을 것 같아요. 아이유는 20대 감성으로 소화했죠.”라고 했다.

 

[1991:그해겨울, 11월 그 저녁에]라는 음반은 1991년 데뷔 20주년을 맞은 양희은이 마흔 살의 나이에 발표한 음반으로, 그의 재기작으로도 볼 수 있는데,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함께, 훨씬 성숙하고 관조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담담하게 노래한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이토록 깊고 절절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수작이라 하겠다. 또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의 선정된 앨범이기도 하다.

모두 8곡이 수록된 이 앨범을 보면, 페르난도 소르(스페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자)의 연습곡에 가사를 붙인 ‘나무와 아이’를 제외한 7곡을 이병우가 작곡했다. 이병우가 가사까지 쓴 ‘가을아침’과 ‘11월 그 저녁에’의 2곡을 제외한 6곡은 양희은이 직접 가사를 붙였다.

‘11월 그 저녁에’라는 노래는 1989년 이병우와 조동익(가수조동진의 동생이자 장필순의 남편)이 함께한 밴드 ‘어떤날’ 2집에 먼저 수록했던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앨범의 타이틀격이자, 최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곡은, 기타 하나와 목소리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깊이의 최대치를 이끌며, 제목 그대로 쓸쓸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감정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랑하기에 끝내 피할 수 없는 ‘쓸쓸함’과 ‘적막함’을 인정한다면, 40대 시절이었던 양희은의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한 이곡만큼, 정확하게 표현한 노래도 없을 것이다.

 

이 앨범을 통해서 40대의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한 양희은의 ‘가을아침’과 요즘 세대의 아이콘인 아이유의 젊은 감성으로 노래한 ‘가을아침’과 비교하며 감상 하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 가을날 저녁에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도 놓치지 말기를 부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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