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이 빚어놓은 명품비경 ⋯ 천하제일 名山
神이 빚어놓은 명품비경 ⋯ 천하제일 名山
중국 황산 |
중국 황산은 예로부터 구름이 바다를 이룬다 하여 `운산(雲山)`이라 일컬었다. 바람의 기운을 머금은 운해가 봉우리 사이를 흘러 다니며 기암괴석과 노송을 감추었다 드러내기를 반복하니 말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다. 황산은 운해(구름바다), 기송(기이한 소나무), 괴석, 온천의 4절(絶)로 유명하다. `산은 올라갈 땐 남이지만 내려올 땐 친구가 되는 곳`이라는 모 항공사 광고 문구로 우리와 더욱 친근해진 황산. 중국 10대 관광지로 꼽히는 황산의 자연 비경은 한마디로 명품 그 자체이다. 그래서 중국 명나라 때 시인 쉬샤커(徐霞客)는 "오악(五嶽)에서 돌아오고 나면 볼 산이 없고, 황산에서 돌아오고 나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30여 년간 중국 곳곳을 떠돌았다는 쉬샤커는 "황산에 오르고 나니 더 이상 산이 없다"고 했을 정도로 그는 황산을 중국에서 천하제일의 명산으로 꼽았다.
중국 남부 안후이성 남동부에 위치한 황산은 남북 40㎞, 동서 30㎞의 땅 위에 72개 봉우리와 24개 계곡으로 이뤄진 산악 지대다. 연중 안개 끼는 날이 족히 250일은 되는 지역으로, 특히 비 그친 후 계곡 아래의 운해가 따뜻한 공기에 밀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천하절경으로 꼽힌다. 황산의 핵심부는 백운경구, 북해경구, 옥병경구, 운곡경구, 송곡경구, 온천경구 등으로 구분된다. 이 안에는 해발 1864m의 최고봉인 연화봉을 비롯해 3만여 개의 무수한 바위 봉우리가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다. 현재 황산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고, 한 해 150만여 명이 유람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설악산이나 금강산과 많이 닮아 있는 황산은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과 푸르디푸른 소나무, 그리고 바람에 춤을 추며 흩날리는 운무가 너무나 황홀한 비경을 만들어낸다. 한 편의 동양화가 그려지는 황산에 오르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누구나 신선이 된다.
보통 화강암과 푸른 소나무가 지천으로 깔린 황산의 등산코스는 2개로 나뉜다. 하나는 황산의 가장 큰 입구인 전산에서 출발해서 천도봉, 옥병루, 연화봉, 광명정 등을 거쳐 서해와 북해를 가로질러 후산으로 내려오는 코스. 다른 하나는 후산에서 운곡사, 백아령, 시신봉을 거쳐 북해까지 가는 코스다. 그 중에서도 황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전산에서 출발해 황산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서해대협곡이다. 황산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서해대협곡은 구름과 기암괴석 그리고 소나무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마치 선계에 온 것처럼 도저히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사력을 다해 매달린 소나무 위로 하얀 구름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서해대협곡의 모습은 중국 명산 중에 최고를 자랑한다. 황산에서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비경, 서해대협곡은 1979년 76세 나이로 황산에 올랐던 덩샤오핑이 협곡을 보고 감탄해 개발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후 12년간의 설계와 9년간의 공사를 거쳐 2001년에야 완공됐다. 서해대협곡에 발을 내딛는 순간 사람들의 눈과 마음은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계단을 따라 협곡으로 깊숙이 들어갈 때마다 자연은 그동안 숨겨놓은 비경을 하나 둘씩 사람들에게 꺼내놓는다. 큰 바위 덩어리를 뚫고 놓은 허공의 다리 `보선교`, 깎아지른 듯한 바위 옆으로 만든 인공의 길은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너무나 아름답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3만여 개 봉우리마다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자라고, 또한 하얀 운해가 파도처럼 이 산 저 산을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바로 서해대협곡의 진면목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신비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동시에 지닌 서해대협곡은 그야말로 황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
산길을 걷는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되고, 굳이 서해대협곡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황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멀리서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 서해대협곡 초입에 있는 ‘비래석’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바위가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늘에서 날아왔다’는 뜻의 비래석은 높이 12m, 길이 7.5m, 무게 544톤으로 엄청나게 큰 돌덩이다. 이 거대한 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 사진작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촬영 포인트다. 또한, 중국 사람들은 비래석을 3번 만지면 각기 다른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너나할 것 없이 이곳으로 향한다. 한 번 만지면 출세하여 관운이 따르고, 두 번 만지면 재물이 따르고, 세 번 만지면 건강한 복이 온다고 한다.
비래석과 서해대협곡이 빚어내는 자연의 시혜를 감상하고 나면 다시 눈은 황산에서 가장 높은 연화봉으로 향한다. 황산에서 가장 높은 연화봉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이다. 가장 높고,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사가 아주 가파르다. 연화봉은 황산에서 가장 험준한 천도봉과 5년 주기로 번갈아가며 관광객들에게 개방한다.
연화봉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해발 1680m의 옥병루로 발길을 옮기면 탐스럽게 농익어가는 꽃봉오리처럼 생긴 연화봉이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있어 하룻밤 산 위에서 머물며 일몰이나 일출을 감상하는 것이 황산을 즐기는 또 다른 백미이다. 특히 옅은 안개와 화강암 산봉우리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도시인의 영혼을 치유해 줄 만큼 맑고 깨끗하다.
아주 찰나적인 황산의 새벽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왜 이곳이 중국 10대 절경이자, 시인 쉬샤커가 말한 것처럼 "오악(五嶽)에서 돌아오고 나면 볼 산이 없고, 황산에서 돌아오고 나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