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게 물린 ‘라’는 독으로 고통스러워 하는데⋯”
이집트 신화 이야기 Ⅶ, '라'의 비밀 이름과 이시스
“뱀에게 물린 ‘라’는 독으로 고통스러워 하는데⋯”
누트의 자녀들인 오시리스와 이시스가 아직 어렸을 때 이집트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한 위대한 신 라가 다스리고 있었다. 그러나 라의 나이는 이미 수천 살이 넘어서 몸은 늙고 머리는 중풍으로 흔들리며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리곤 했다.
현명한 이시스는 오시리스를 라의 후계자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토트 신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토트는 “오시리스가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려면 우선 라 신이 물러나야 하는데 아마 파라오 자리를 절대로 양보하려 하지 않을거요. 라 신을 물러나게 할 방법은 단 하나, 그의 비밀 이름을 알아내는 것 뿐이오.”라고 알려주었다.
이시스는 라의 비밀 이름을 알아내기 위한 방책을 궁리했다. 그녀는 우라에우스라는 사나운 코브라의 모형을 흙으로 빚어 라가 매일 아침 걸어다니는 길가의 잔디 밭에 숨겨놓았다. 여느 날처럼 왕국을 순시하다가 그것을 발견한 라는 그것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라의 눈에서 나온 찬란한 빛이 이시스가 만든 코브라 모형에 떨어졌고, 라의 눈빛을 받은 진흙 코브라는 곧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코브라로 변하더니 라의 뒤꿈치를 물었다. 라가 고통에 신음하며 비명을 지르자 여러 신들이 달려와 물었다.
“모든 신과 인간의 창조자이신 라여! 무슨 일로 그리 고통스러워 하십니까?”
“뱀같이 생긴 것이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나의 이름으로 그것을 만든 적이 없어 그것이 어떤 뱀인지 조차 모르겠구나. 마법의 주문을 아는 자들을 불러 나를 치료하도록 해라”
라의 부름을 받고 모든 신들과 인간들이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였고, 코브라의 독이 점점 퍼져가면서 라의 고통도 심해져갔다. 마침내 이시스가 라 앞에 무릎꿇고 말했다.
“위대하신 라여, 당신의 증상을 설명해주십시오. 제가 한번 그 독을 없애보겠나이다.”
“나를 문 뱀의 독은 불도 아니고 물도 아닐텐데 몸이 물 속에 든 것보다 더 춥고 한 순간 불보다 더 뜨거워지는구나. 아까는 땀이 나더니 이제는 벌벌 떨린다. 시야는 안개가 앞을 가린 것처럼 뿌옇고 한여름 강렬한 태양처럼 머리가 타오르는 것 같구나.”
“성스러운 아버지시여. 제가 마법의 주문을 외워 그 독을 없애보겠나이다. 다만 그리 하려면 당신의 비밀 이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 나는 새벽의 케프라, 한낮의 라, 석양의 아툼이니라”
라는 진짜 비밀 이름이 아닌 피조물들이 자신을 숭배할 때 언급하던 이름을 말해주었다. 라가 알려준 이름을 넣어 이시스가 주문을 외워보았으나 독은 제거되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말했다.
“성스러운 아버지시여. 말해주신 이름으로는 주문의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혹시 비밀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을 말해주셔야 독이 제거 됩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며 더 큰 고통을 빠져들고 있던 라가 말했다.
“그래, 알겠다. 이시스! 하지만 맹세하거라. 아무에게도 나의 비밀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나이다”
이시스가 맹세하자 비밀 이름이 라의 마음에서 이시스의 마음으로 전해졌다. 라의 비밀 이름은 ‘아몬 라’였다. 이시스는 그 이름을 넣어 주문을 외웠다.
“앞으로 나오너라. 코브라의 독이여! 아몬 라로부터 흘러나오라. 이제 그가 비밀 이름을 말했으니 고통스러워하는 위대한 신으로부터 나오라. 신들의 여주인 이시스의 주문으로 라는 살고 독은 죽으리라. 그녀만이 비밀스러운 이름을 알고 있도다.”
그러자 놀랍게도 코브라의 독이 사라져 라는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다. 독에서 해방된 라는 자신의 비밀 이름이 알려진 이상 인간의 모습으로는 더 이상 지상의 통치를 할 수 없게 되었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매일 아침 동쪽 하늘로부터 서쪽 하늘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했으며, 밤에는 두아트라고 불리는 지하세계의 12지방을 통과했다.(두아트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라의 왕국에서 영원히 살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다)
이렇게 하여 지혜로운 이시스의 계책은 성공하였고, 라가 직접 파라오로서 통치하던 이집트는 다음 후계자인 오시리스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