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속 암수 한쌍 알 품고 있는 모습에 둥지 빠져 나와
물꿩Ⅱ- Pheasant-tailed Jacana(Hydrophasianus chirurgus)
폭우속 암수 한쌍 알 품고 있는 모습에 둥지 빠져 나와
장맛비가 지루하게 내린다.
태풍 에위니아가 올라온다는 소식에 바람도 세차게 불고 도 전역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오늘 촬영을 포기 할까 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만남인데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서기로 했다. 또 만약에 있으면 알을 낳았을까하는 기대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나서면서도 '다른 번식지로 가버렸을까', '오늘도 2년 전과 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데 알을 낳았으면 알이 물에 잠기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들면서도 한껏 부푼 마음에 용수리로 향했다.
제주시내에는 잔뜩 흐린 날씨였는데 월령리 쯤 도착 하자 장마 전선과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와 함께 천둥에 번개까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는 날이다. 라디오에서 들으니 이날 160mm의 비가 내렸다 한다. 용수리가 더욱 걱정이 된다.
용수리 습지 입구에 도착하니 다정했던 물꿩이 보이질 않는다.
'아! 다른데로 가버렸구나'하는 순간 풀숲 사이로 무엇인가 보였다.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물꿩이다. '그럼 그렇지…….'
일주일 전 모습과 똑 같은 물꿩이 폭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났다. 흰 날개를 퍼떡이며 마름 위를 뛰어 다니며 먹이를 먹는 암수 한 쌍이 다정하다. 수컷이 갑자기 마름위에 납작 엎드려 않는다. 왜 저러지 하는데 퍼뜩 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알 4개가 확실히 보인다.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들은 알을 품고 있을 때는 굉장히 민감하다. 우리 사람들도 임신 했을 때 보호 본능 때문에 주변의 상황에 민감해지게 마련인데 새들이야 오죽하겠냐. 새들의 번식과정에 자연환경에서의 위험요소는 까마귀나 뱀들이 알을 훔쳐 갈 수도 있고, 맹금류들의 습격, 둥지를 파괴하고 먹이가 될 만한 환경을 제거해 버릴 수도 있고, 사람들이 지나 다니다 알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새들은 포란 기간에는 그 어느 시기보다 민감해지기 때문에 새를 관찰 할 때는 굉장한 주의가 필요하게 된다.
이 시기에 여하한 위험요소가 느껴질 때는 알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 해 버린다. 육추(새끼를 돌보는 것)기간에는 포란기간보다 새끼를 포기할 확률은 줄어들지만 이때도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미 새들이 먹이를 계속 공급해 줘야 하는데 경험에 의하면 어떤 새는 위험을 느꼈을 때 3시간 이상을 기다려도 어미 새가 접근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럴 때는 과감히 둥지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자칫하면 새끼를 모두 죽음으로 몰아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둥지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상대방, 즉 새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이해되리라 생각 된다.
지금 이 순간에 새들이 둥지를 포기하면 다시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기에 이런 상황에서 특히 조심하게 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