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아열대성 조류이나 국내에선 迷鳥로 알려져

제주한라병원 2017. 8. 28. 13:31

아열대성 조류이나 국내에선 迷鳥로 알려져

 

물꿩

Pheasant-tailed Jacana(Hydrophasianus chirurgus)

    



 

물꿩은 우리나라에서는 미조(迷鳥:길 잃은 새)로 알려져 있으며, 아열대성 조류(鳥類)로 인도, 중국 양쯔강 부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분포한다. 1993년 경남 주남저수지에서 처음 관찰된 뒤 제주에서는 1998년 8월 당시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에서 처음 확인 되었다.

물꿩은 탐조 활동을 하면서 항상 마음 한 구석에 꼭 만나보고 싶은 새였다. 워낙 보기 힘든 새이기에 더욱 보고 싶었다. 필자가 처음 물꿩을 만난 것은 2003년 9월 구좌읍 하도철새도래지에서 멀리서 잠깐 보았던 그 기쁨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2004년 7월 태풍이 올라오며 비바람이 무척 심한 날이었다. 한경면 용수리 인근에 조그만 습지가 있어 그곳에 논병아리가 있을까하고 다가갔으나 여기는 웬만해서는 새들이 없을것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길 끝까지 가니 막다른 길이었다. 다시 차를 돌리자 갑자기 비바람 사이로 휘리릭 날아오르는 것이 눈에 띄어 살펴보니 '아! 그토록 보고 싶던 물꿩!'

2003년 9월에 잠깐 보았던 그 물꿩이다. 그러나 이번엔 두 마리씩이나 보여 가슴이 쿵쾅거리며 진정이 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촬영을 시작했다. 확인할 겨를도 없이 촬영을 하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말을 듣지 않는다. 순간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중요한 순간에...'. 다행히 카메라 고장이 아니었고 너무 흥분해 메모리카드에 가득 차도록 촬영해 버린 것이었다.

메모리카드를 교체하고 마음을 진정 시켜 이제 여유롭게 관찰을 하며 촬영을 했다. 물꿩, 무언가를 먹으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쵸코렛색의 알이었다. 작은 주둥이로 알을 물고 이동하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물꿩은 둥지를 보수하거나 외부로부터 위협이 있을때는 알을 물고 이동도 한다고 한다.

비가 많이 와 마름(잎이 마름모꼴)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하나 낳은 것이 물에 잠길까봐 이동 하려는 것이었다. 마름위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기도 하고, 마름위에 납작 엎드려 경계를 하다가 벌쩍 뛰며 먹이를 먹다가 다시 알을 물어보려고도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몇 번 관찰 되지 않은 새가 최초로 제주에서 번식을 하고 있다니 너무 흥분이 됐다. 벌써 촬영을 시작한지 1시간이나 됐다. 웬일인지 별로 경계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오래 있으면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려 둥지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이들 물꿩은 우리나라 최초 번식시도라는 기록만 남기고 끝나고 말았다. 2006년 7월 2일, 장비들을 챙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경면 용수저수지를 돌아 봤다. 내눈 의심하는 순간. 2년전 보았던 장소에 다시 물꿩 두 마리가 와 있는 게 아닌가. 떠나지 말고 눌러 앉았으면 하는 바램에 촬영도 몇 컷하지 않은 채 조용히 빠져 나왔다. 같은 장소에 두 번째라니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