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의 불기운 막기위해 조성한 원시 난대림
금오름의 불기운 막기위해 조성한 원시 난대림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 |
△ 포제단
폭염이 이어지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지는 요즘 그래도 더위에 지친 심신을 회복 시켜주는 초록이 울창한 숲을 찾아 도심에서 멀지 않은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을 찾았다.
한라산의 서쪽 노꼬메오름의 용암이 애월 곶자왈을 만들며 그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금산공원’은 서부지역 평지에 남아있는 보기 드문 상록수림 지대로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금산공원’은 마을의 중심지에 있어 이 곳에 처음으로 정착해서 살던 사람들이 마을 중심 남쪽에 거대한 암석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시각 상 불미할 뿐 아니라 마을 댁거리 동네에서 한림읍 ‘금오름’이 화체로 보여서 화제 발생이 빈번하여 ‘금오름’을 가리기 위해 나무를 심어 몇 십 년 동안 철저히 보호한 결과 지금의 원시림의 난대림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금산이란 이름도 처음엔 금할 금자 금산(禁山)에서 수려한 경관을 갖게 되어 비단 금자 금산(錦山)을 바뀌었다고 한다. 사이길 하나를 두고 납읍초등학교가 이웃하면서 금산 공원의 울창한 숲이 학교 한쪽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이 곳 아이들의 숲속 놀이터가 되어 주고 있다. 마침 어린 남매가 손을 잡고 등교하는 모습이 정겨워 차로 휙 지나기가 미안할 정도다. 입구의 나무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누어 탐방로가 만들어 졌으며 한 세대는 가볍게 넘겼을 오랜 고목이 군데군데 숲을 지탱해주는 듯하다. 짧은 나무계단이 끝나자마자 울창한 숲으로 빛이 사라지고 전형적인 곶자왈의 원시림이 펼쳐진다. 탐방로는 ‘포제청’을 중심으로 짧게 돌 수도 있으며 둘레길을 택하면 하층부의 식생과 곶자왈의 함몰지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짧은 탐방는 양쪽으로 전시되어 있는 납읍초 학생들의 ‘시(詩)’를 감상하며 걷는 걸음이 저절로 숲에 머물게 한다.
“ 쇠똥
소들이 풀을 뜯고 지나간 자리에는
쇠똥구리 좋아하는 쇠똥이 있습니다.
우리는 더럽다지만 쇠똥도 밥이 됩니다.”(금산초교 어린이 작품)
납읍은 예부터 반촌(班村)으로 문인들이 시를 짓고 담소를 나누었던 곳으로 유명 했다는 사실을 그 후손들이 말해주는 듯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금산공원 한쪽에는 ‘인상정(仁庠亭)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바위가 이 곳이 문인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임을 알 수 있다.
‘금산공원’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단’이다. 수령을 알 수 없는 큰소나무 두 그루가 기를 불어 넣어 주 듯 입구에 버티고 있으며 세 개의 제단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방향도 다르게 놓여 있다. 포신지위(인물재해), 토신지위(마을의 수호신), 서신지위(홍역이나 마마신)를 모시는 제단과 제관이 서는 자리에 있는 표석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지금도 매년 마을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포제청’은 금산공원 중심에 보물처럼 자리잡고 있다. 한나절도 걸리지 않는 금산공원 탐방이지만 보존의 중요성과 정말 지켜야하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며 많은 것을 깨달게 해주는 곳이다.
숲의 식생이 다양하지 않고 화려한 꽃은 피지 않지만 교목과 관목, 덩굴식물과 초본, 양치식물들이 서로 의지하며 돌무더기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한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금오름’의 화기를 막기 위해 심었다는 나무들은 한 참을 올려다봐야 끝이 보일 만큼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그 우거진 초록의 지붕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반짝반짝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