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이태훈세계여행

바울과 카라바조 흔적 남아 있는 지중해의 섬

제주한라병원 2017. 6. 29. 14:57

바울과 카라바조 흔적 남아 있는 지중해의 섬

 

몰타 발레타

    


 

 

북아프리카와 남부 유럽 사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중해가 있다. 넓고 푸른 지중해에서 유난히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한 점 섬 몰타. 제주도의 1/6 크기의 작은 섬나라이지만 찬란한 선사시대의 문화유적을 가진 곳이다. 우리에게는 몰타가 지중해 휴양 섬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이곳은 기원전 700년 경 부터 페니키아 인들이 살았던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이다. 성경에는 이곳을 '멜리데'라고 기록했고, 사도 바울이 3차 전도여행 때 시리아에서 로마군에 붙잡혀 이탈리아로 압송될 때 배가 난파하여 잠시 동안 몰타에 머물며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중해의 숨겨 놓은 진주'라고 불릴 만큼 몰타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풍경과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곳은 주변 열강들의 의해 자주 침략을 받았다. 특히 지중해를 장악하려던 로마제국은 북아프리카로 진출하기 위해 전진기로 몰타를 선택했고, 터키의 오스만제국은 이슬람 세력을 아프리카로 확장하려고 몰타를 지배하였다. 그 후에도 나폴레옹의 침략과 영국의 160년간의 지배로 몰타는 그야말로 이방인의 역사로 점철된 슬픈 역사를 가진 섬나라가 되었다.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처럼 섬나라 몰타는 다른 세력들이 시대를 달리하며 차례대로 이곳을 점령했다가 떠났다. 그 결과 낯선 문화의 이방인들이 잠시 머물다 간 몰타에는 고대부터 중세까지 여러 강대국들의 귀족적이고 우아한 문화유산들이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의 울릉도와 독도를 연상케 하는 몰타의 공식명칭은 몰타공화국이다. 이곳은 6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는데 남쪽으로 가장 큰 섬 발레타, 가운데 코미노 섬, 북쪽에 두 번째로 큰 고조 섬 등이 위치한다. 나머지 3개의 섬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무인도이다. 주로 여행자들이 여행하는 발레타, 코미노, 고조 등은 자동차로 반나절이면 둘러볼 만큼 작지만, 그 속에 남아 있는 인류의 문화유적을 보려면 며칠이 소요될 만큼 다양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발레타에서는 기원전 3600년에 세워진 신전 건물, 360여 개의 가톨릭 성당, 16세기 오스만제국을 물리치기 위해 쌓은 성, 요한 기사단의 십자군 성채 등 몰타의 역사와 함께한 유적지가 지천으로 깔려있다.


이런 문화적인 요소는 작은 섬나라를 세계적인 영화 촬영장소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트로이', '글래디에이터', '다빈치 코드', '뮌헨' 등이 모두 이곳을 무대로 촬영됐을 만큼 몰타의 섬들은 마치 거대한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그럼, 몰타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일까? 영원히 파란 지중해를 무대로 삼은 자연풍광 일까? 아니면 성 요한 기사단의 저항정신이 담긴 발레타의 구시가지일까? 그것은 몰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레타 구시가지를 걸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의 열정으로 가득한 발레타의 중심지는 구시가지로 불리는 엠디나이다. 굽이치는 언덕 위에 자리한 엠디나는 중세 성채로 둘러싸여 있고, 3000년 전 몰타의 수도이자 관광의 중심지이다. 과거에 이곳은 '노타빌레', '시타 메키아', '시타 노타빌레' 등으로 불리었으며,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초기 토착민이었던 페니키아인들은 이곳을 말레트라 불렀고, 로마제국이 지배할 때는 도시 외부에 성곽이 건설되었다. 현재 엠디나라는 명칭은 아랍어의 도시를 뜻하는 메디나에서 유래된 것이다. 철옹성처럼 적의 침입을 완벽하게 막기 위해 도시는 튼튼한 요새로 되어 있다. 성곽 높은 곳에 서면 발아래로 지중해가 동서남북으로 보이기 때문에 엠디나의 위치는 망루와 같다. 중세시대 때부터 이곳에는 귀족층이 거주해 일명 '귀족의 도시(NOBLE CITY)'라 불렸다. 21세기 극도로 문명화된 글로벌 세계에도 불구하고 엠디나의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16세기 때 지어진 건축물로 가득하다. 수많은 건축물 중에서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엠디나에 있는 성 요한 성당과 그리스도교의 중심지인 성 바울 성당이다. 두 개의 장소는 몰타 여행의 핵심이고 이곳을 가지 않고서는 이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다. 우선 성 요한 성당은 바로크 화가의 대표 카바라조의 '세례자 요한의 참수'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빛의 화가 카라바조의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성 요한 성당은 몰타에서 가장 인성적인 건축물이다. 건축가 제롤라모 카사에 의해 1573-1578년 사이에 성 요한 기사단의 수도원교회서 건립했다. 이 성당은 십자군의 기사들이 다 함께 기도드리기 위해 모이던 장소로 외관은 간소하지만, 그 내부의 기둥과 바닥, 천장의 세밀한 조각과 바로크양식의 그림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모자이크 형식의 성당 바닥 아래에는 400기가 넘는 십자군 기사들의 유해가 묻혀 있다. 또한, 엠디나 근처의 라밧에는 사도 바울의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이 스며 있는 '성 바울 성당'이 있다. 성당 지하에는 사도 바울이 동굴 감옥에서 3개월간 머물렀던 성스러운 장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2천 년의 역사가 훌쩍 지난 지금, 성 바울 성당 지하로 내려가면 사도 바울이 갇혀 있는 감옥이 눈앞에 나타난다. 칠흑 같은 어둠 밖에 없는 동굴 감옥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과 굳은 의지를 보였던 바울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곳은 감옥이 아니라 성스러운 성지로 다가선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바울은 이곳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리를 섬사람들에게 전함으로서 그는 죄인이 아니라 몰타의 성자로 추앙받게 되었다. 그래서 해마다 210일 몰타에서는 '성 바울 난파축제'가 개최될 만큼 그에 대한 존경심이 남다르다. 그리스도를 믿는 여행자들에게는 성 바울 성당은 단순한 교회가 아닌 온몸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전도한 성 바울의 종교적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서 새삼 다가오게 된다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사이에 있는 작은 섬나라, 몰타. 하지만, 이곳이 가진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은 여행자들의 마음과 눈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오늘도 어제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몰타를 찾고, 그 중심에 있는 발레타에서 과거 로마제국의 흔적과 사도 바울의 성스러운 신앙심도 함께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