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로또 대박 KIA투수 임기영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로또 대박 KIA투수 임기영
KIA 타이거즈의 선발투수 임기영(24)은 지난 6월 7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전에 선발등판하여 9이닝 동안 5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7-0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임기영의 올시즌 7승째(2패)이자 두번째 완봉승이었습니다. 완봉승은 한명의 투수가 경기 끝까지 상대팀에게 한점도 내주지 않고 자기 팀이 승리했을 때 매겨지는 야구 용어인데 투수로서 완봉승을 거두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기록이고 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만이 할 수 있는 대기록입니다.
임기영은 지난 2012년에 한화에 처음으로 입단한 젊은 유망주입니다. 사이드암 투수로 최고 구속도 140km 초반이고 대부분 투구는 130km 후반으로 빠르지 않은 공을 던지는 투수입니다.
그러나 제구력이 좋아 타자들은 헛 스윙을 하기 일쑤입니다.
임기영은 2012년 한화에 입단해 3년간 한화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데뷔 초기 한화에서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3시즌 동안 41경기에 등판하여 2승3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4라는 아쉬운 성적에 그쳤습니다.
2015년에 KIA에서 뛰던 송은범이 FA(자유계약선수)가 돼 한화로 4년간 34억원에 계약을 맺고 옮기자 임기영은 보상선수로 지명되어 KIA로 이적하게 됐습니다.
상무 입대를 앞둔 시점이라 임기영을 주목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상무 제대 이후 임기영이 KIA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던지면서 이렇게 잘 할줄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주목할 건 임기영이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강하다는 것입니다. 임기영은 올해 한화를 상대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16이닝 동안 212개의 공을 던져 2승무패 10피안타 탈삼진 9개 1실점 평균자책 0.56를 기록했습니다.
키 183cm에 몸무게 73kg으로 비교적 가는 몸매의 임기영은 최고구속은 141km/h로 다른 강속구 투수에 비해 빠르진 않지만, 정교한 제구에 스트라이크 비율은 69.3%로 좋고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이 위력적이며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섞어 던지는 투수입니다.
한편 한화 팬들이 입맛이 더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임기영을 내주면서 받은 카드가 다름 아닌 송은범(33)이었기 때문입니다.
한화는 2015 시즌을 앞두고 당시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력 보강을 위하여 적극적인 외부 영입을 시도했고 그중의 한명이 송은범으로 34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규모의 FA계약으로 영입한 것입니다.
당시에도 송은범이 KIA에서 하락세였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김성근 감독이 SK 시절 제자였던 송은범의 영입을 구단에 강력하게 요청한 것입니다.
송은범은 김 감독과 함께한 SK 시절 5시즌 동안은 42승25패 10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송은범은 한화에서 올 시즌을 포함해 3년간 거둔 성적은 74경기에 4승24패 5세이브 2홀드 자책점 6.73에 불과합니다.
한화는 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송은범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습니다. 애물단지가 된 셈입니다.
반면 임기영은 올해 연봉이 고작 3100만원으로 송은범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올해 6월 13일까지 12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 1.82를 거두며 송은범이 3년간 거둔 성적을 두 배 가까이 추월한 것은 상대적으로 한화의 선택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올시즌의 임기영은 10개 구단 투수 중 다승 2위, 자책점(1.82) 3위, 최다이닝(74.1이닝)-퀄리티스타트(9회) 4위 등 투수 부문 최상위권에 두루 이름을 올리며 MVP급의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KIA는 잉여 전력이었던 송은범을 처분하면서 윤석민-양현종의 대를 이을 만한 젊은 토종 에이스 한 명을 거저 주운 셈이 됐습니다.
KIA는 올해 잘 던지던 양현종과 외국인투수 팻딘이 최근 부진하기 때문에 임기영의 수확은 대박입니다.
물론 임기영이 김성근 감독 체제의 한화에서 남았다면 지금처럼 급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투수들에게 재능 못지 않게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KIA로 이적한 이후 달라진 환경에서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은 것이 임기영의 성장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화는 오히려 남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 됐는데 임기영 외에도 최근 한화를 떠난 선수들이 다른 팀에 간 이후 유독 친정팀을 상대로 펄펄 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모습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질 것입니다.
KIA와 한화는 2015년 5월6일 4대3 트레이드를 통해 당시 한화는 투수 임준섭·박성호와 외야수 이종환을 받는 조건으로 투수 유창식·김광수, 외야수 오준혁·노수광을 넘겨줬습니다. 한화는 즉시 전력 선수들을 모았고, KIA는 미래 자원을 선택했습니다.
트레이드 이후 2년 반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KIA의 완승입니다. 김광수는 KIA의 베테랑 불펜으로 자리잡았고 외야수 노수광은 KIA에 좋은 외야수가 많아 SK로 다시 트레이드 됐는데 대신 데려온 포수 김민식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습니다.
반면 KIA에서 한화로 넘어온 선수들은 모두 1군에 없습니다. 즉시 전력으로 기대를 한 임준섭은 이적 후 구원으로 6경기를 던진 게 전부로 지난해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습니다.
또 다른 투수 박성호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돼 무릎 재활을 하고 있고 이종환은 지난해 중반까지 타격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으나 작년에는 1군 31경기에, 올해는 1경기만 출전하고 있습니다.
KIA는 올해 6월 12일 현재 39승22패로 10개 구단 중 1위를 지난 4월 14일부터 계속 달리고 있는 반면 한화는 24승37패로 8위로 1위와 경기 차이가 15경기나 됩니다.
한화는 10년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두차례 ‘가을 야구’에 참여했다가 올해는 다시 우승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KIA는 2009년 4월 LG와 트레이드를 통해 타자 김상현, 박기남을 받고 투수 강철민을 내준 적이 있는데 김상현은 그해 홈런왕, 타점왕을 차지하며 KIA가 우승하는데 크게 공헌한 바 있습니다.
야구는 팀 플레이로 선수단 전체가 팀웍이 맞아야 하지만 한두명 선수가 결정적 활약으로 우승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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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해 한국프로야구에 최고의 화제가 된 KIA의 임기영 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