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 관장하는 오시리스가 영생 부활 결정
사후세계 관장하는 오시리스가 영생 부활 결정
예나 지금이나 일생을 선하게 살면 복을 받게 된다는 인류의 믿음은 다양한 종교와 세계의 여러 신화에서 그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오시리스는 처음엔 이집트의 풍요를 만든 신이었지만, 더불어 이집트인들의 사후 세계를 관장하여 영생 또는 부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즉 그는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가서 죽은 자들의 왕(불교에서의 염라대왕 느낌이다)인 동시에 최고 재판관이 된다. 인간이 죽으면 몸은 죽더라도 영혼은 영원히 살 수 있으며,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부활 판결을 받으면 몸과 영혼이 재결합된다는 믿음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오시리스가 지하세계로 가서 왕이 된지 얼마되지 않아, 아내 이시스는 아기를 잉태했다(신화니까 이해해줘야 한다). 이시스는 아기의 이름을 ‘호루스’라고 지었고 처제 네프티스와 토트(지혜의 신)가 이 아기를 보호하고 교육시켰다. 호루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세트에 대항하여 신들과 인류를 지키는 자가 되도록 정해져 있었다. 호루스가 태어나자 세트는 마음 편히 천하를 호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세트는 전갈로 하여금 호루스를 물어 죽이게 한다.
이시스가 태양신 ‘라’에게 기도하자, 라는 이시스에게 토트를 보내 호루스를 다시 살려낼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호루스가 잠시나마 죽은 자들의 나라에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행운이 되었다. 거기서 아버지 오시리스를 만나 그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호루스는 파라오들의 수호신이자 보호자로 숭배받게 되었다.
죽은 자들의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오시리스가 확립한 법에 따르면, 인간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몸과 ‘카’영혼('ka' spirit), 그리고 ‘바’영혼(‘ba' spirit). 사람이 죽어도 카 영혼은 계속 살아있다. 인간의 몸은 미라로 만들어져 보관된다. 몸이 카의 소유물이자 커처이기 때문이다. 오시리스가 죽은 사람에게 부활하여 살아가라는 판결을 내리면 카는 몸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죽음의 순간, 카는 몸을 떠나 재판을 받으러 간다. 이 영혼은 오시리스의 궁전을 배회한다. 이 궁전에는 먼저 42명의 입회인들이 그 영혼에 생명의 증거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한다. 이 입회인들은 엄정하게 중립을 지킨다. 즉, 죽은 자의 영혼을 심판할 때 그 영혼이 생전에 어떤 신분이었는지는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카 영혼에 대한 최종 판결은 <진리의 전당>에 있는 세 재판관의 손에 달려있다.
바로 호루스, 아누비스, 그리고 토트가 재판을 맡은 신들이다. 지헤의 신 토트는 진리(Ma'at)를 상징하는 순백색의 깃털 하나를 저울의 한쪽 접시에 올려놓는다. 저울의 다른쪽 접시에는 재판받는 사람(카 영혼)의 생명의 증거(영화 등에서는 심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가 올려진다.
판결의 첫 번째 유형으로, 영혼이 42가지 죄 가운데 아무 죄도 범하지 않았다고 정직하게 진술하면 토트는 그 영혼의 손을 잡고 오시리스의 왕좌로 데려가고, 오시리스는 그 영혼에게 영원한 복락을 선언한다. 그리고 언젠가 몸을 다시 살려내 몸과 영혼을 결합시킨다.
둘째 유형으로, 영혼이 42가지 죄 가운데 반이 안되는 죄를 범했을 때, 토트는 그 영혼이 영원한 복락을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오시리스에게 권유한다. 이 경우 가장 결정적인 근거로 쓰이는 것은 바로 마음(죄를 범한 의도)이다. 그래서 인정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는 저울과 무정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는 저울부터가 다르다고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영혼이 42가지 죄 가운데 반이 넘는 죄를 범했고 마음까지 무정할 경우다. 이 경우 오시리스는 그 영혼에게 환생하여 지상에서의 노동을 통해 죄값을 치르라고 명령하거나, 그 영혼을 지옥으로 보내 죄를 씻게 한 다음 다시 재판을 받으라고 판결한다.
참고로 세 재판관 중 하나인 아누비스는 고대의 벽화나 영화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자칼 또는 개의 머리에 몸은 사람인 캐릭터가 떠오르시는가? 바로 그다. 오시리스의 처제인 네프티스가 형부를 짝사랑하여 잉태된, 호루스의 배다른 형제이자 오시리스의 또 다른 아들이었다.
이집트인들은 시신을 매장할 때 음식과 그 사람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함께 묻는다. 카 영혼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오시리스가 몸을 부활시킬 날을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오시리스의 시신을 보존했던 방식을 본떠 시신을 미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죽은 사람을 지칭할 때 ‘고(故) 아무개’라고 부르지만, 고대 이집트인들은 망자를 ‘오시리스 아무개’ 라고 불렀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아무튼 언젠가 혹 오시리스를 만나더라도 꿀리지 않도록 선하게 죄짓지 말고 살자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