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오랜 벗이지만 생태계 변화로 개체수 줄어
사람들의 오랜 벗이지만 생태계 변화로 개체수 줄어
제비-Barn Swallow(Hirundo rustica)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 많은 새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먼저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비둘기, 사계절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참새, 재잘거리며 시끄럽게 노래하는 직박구리, 하얀 뿔테 안경을 쓴 동박새, 그리고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제비 등이 있다.
제비는 집 처마 밑에 둥지를 튼다. 새들은 대부분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왜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다 집을 지을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일까?
제비도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정도가 약한 것이며 제비가 땅바닥에 앉아 있을 때 사람이 다가가면 도망가는 것을 보면 무서워하는 것이 분명하다.
제비의 먹이는 곡식이 아니라 곡식을 해하는 해충을 먹고 산다. 때문에 제비는 농사에 유익한 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비를 해치지 않고 신령한 새로 여기고 보호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비도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사는 집의 처마 밑은 여러모로 보아도 새들이 집을 짓고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므로 천적들의 접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의 처마 밑에 집을 지어도 사람들이 아무 저지도 않고 보호하기 때문에 계속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제비는 길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잘 아는 흥부전을 보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새이며, 정성에 보답하는 반가운 새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렇게 정성에 보답하는 새가 왜 사시사철 보이지 않고 겨울이면 강남으로 내려가는 것일까? 겨울이 되면 먹이인 벌레가 없어져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비가 우리나라에 왔다가 강남으로 가는 이유는 바로 생육을 위한 것이다. 따뜻한 여름에는 한국에 와서 새끼를 낳고 키우고, 또 추운 겨울이 오면 따듯한 남쪽 나라로 가서 한국의 겨울을 피해 사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에 와서도 생육하기가 불편해 지기 때문에 제비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먼저 농사를 짓는 농토가 적어지고, 도시화로 인해 처마 밑을 없애고 콘크리트로 치장을 하고 있으니 둥지를 틀 마땅한 곳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적으로 온난화로 인해 제비가 여름에 한국까지 오는 도중에 중간기착지의 생태계 환경 변화가 생기는 것도 있고, 간혹 처마 밑에 둥지를 틀더라도 똥을 바닥에 싸는 습성 때문에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둥지를 헐어버려 번식에 실패하여 개체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조만간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해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지남준․핵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