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의 절망˙복수심 비극 불러
역사 속 세상만사- 메데이아 Ⅲ-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의 절망˙복수심 비극 불러
아이에테스의 불가능할 것 같은 과제를 해낸 이아손이 황금 양모를 다시 요구하자, 아이에테스는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시간만 끌었다. 아이에테스는 아르고 호를 불태우고 그 대원들을 없앨 계획이었다. 아버지의 이런 계획을 알게 된 메데이아는 황금 양모가 걸려있는 아레스 신의 숲으로 이아손을 데리고 간다. 거기엔 잠들지 않는 용이 양모를 지키고 있었다. 메데이아가 마법의 약을 먹여 이 용을 잠들게 하자, 이아손이 나무에 걸려있는 황금 양모를 끌어내려 해안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콜키스 군대에는 비상경보가 내려지고 곧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배 근처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아르고 원정대의 여러 영웅들과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가 전사했다. 신탁의 예언이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아르고 원정대는 급히 배를 띄워 바다로 나갔으나, 콜키스 전함들이 뒤쫓아왔다.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메데이아는 인질로 데려갔던 아직 나이어린 이복동생 압쉬르토스를 죽여 그 시체를 토막낸 후 바다에 던졌다. 콜키스 원정대는 왕자의 장례를 위해서라도 그 토막 시체를 주워 모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아르고 원정대는 그들의 추격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아르고 원정대는 도나우 강과 그 지류를 거쳐 아드리아 해와 라인강, 그리고 심지어 북해까지 탐험하고 무사히 그리스로 귀향했다.
황금 양모를 싣고 신비한 매력과 마력을 지닌 아내를 옆에 거느린 채 이올코스로 돌아온 이아손. 그러나 그를 콜키스로 보냈던 펠리아스는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는커녕 그를 성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지쳐 있던 아르고 대원들을 또다시 전쟁까지 해가며 이아손을 왕좌에 오르게 할 생각은 없었다. 메데이아가 방안을 생각해냈다. 그녀는 변장한 모습으로 성 안으로 들어가 늙어가는 펠리아스와 그의 딸들을 찾아갔다. 메데이아는 자기가 노인들을 솥에 삶아서 다시 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이들을 꼬드겼다. 놀라워하는 이들 앞에서 그녀는 늙은 양을 토막내 삶은 후, 솥에서 새끼 양을 끄집어내는 마법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보고 용기를 얻은 펠리아스의 딸들은 펠리아스의 동의하에 그를 칼로 토막냈다. 이리하여 이 딸들은 헤라의 잔인한 복수극의 대행자가 되고 말았다. 펠리아스가 죽자 아르고 대원들은 손쉽게 나라를 점령했다.
그러나 이아손은 이올코스의 왕위를 다른 이에게 양보했다. 공명심에 불타는 아내의 도움을 얻어 그는 보다 높은 자리에 오를 생각이었다. 그는 황금 양모를 오르코메노스에 있는 제우스 신전에 봉헌하고, 코린토스의 이스트무스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에 아르고 호를 바쳤다. 이올코스보다 훨씬 크고 부강한 도시였던 코린토스의 왕위가 비어있었다. 코린토스의 주민들은 아르고 원정대를 이끈 이 유명한 영웅을 그들의 새로운 왕으로 모셨다. 현명한 메데이아의 도움을 받아 그는 코린토스를 10년 동안 훌륭하게 통치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그러나 그후 비극이 시작된다. 그는 메데이아를 버리고 테바이의 국왕 크레온의 딸인 젊고 아름다운 글라우케를 새로운 아내로 맞이하려 했다. 이아손의 이혼요구에 메데이아는 순순히 응하는 척하면서 심지어 글라우케에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결혼 드레스까지 선물했다. 그러나 글라우케가 그 드레스를 입자 이 옷은 무서운 불길이 되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글라우케는 물론 그녀의 아버지와 그 밖의 대부분의 하객들이 이 불이 타죽고 말았다. 이아손만이 그곳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메데이아의 무서운 복수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가장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녀는 사랑했던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모두 살해하고 마는 것이다. 이아손은 이 끔찍한 복수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아르고 호의 갑판 위에서 화려했던 젊은 날을 쓰라린 심정으로 되새기던 중 낡아서 무너져 내린 돛대에 맞아 죽고 만다.
코린토스를 떠난 메데이아는 날개달린 뱀이 끄는 마차를 타고 테바이로 가서는 병에 걸려 자신의 자식들을 살해했던 헤라클레스의 광기를 고쳐주고는, 다시 아테네로 가 그곳에서 아이게우스의 아내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 왕과의 사이에 아들 메도스를 낳았고 그를 왕세자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아이게우스의 장남 테세우스가 아테네에 나타나자 그녀는 그를 독살하려 하다 실패하고, 음모가 발각되어 그녀와 그 아들 메도스는 아테네에서 추방되고 만다.
그후 메도스를 데리고 고향 콜키스로 돌아간 메데이아는 아버지 아이에테스의 왕위를 물려받은 페르세스를 폐위시키고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혔다. 위대한 무사가 된 메도스는 아시아를 정벌하고 메디아 제국을 창건하였다. 또한 메데이아는 징벌과 구원을 동시에 관장하는 마법의 여신이 되어 이곳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신화에서 오늘날 주로 남은 이미지는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의 무서운 복수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절망과 복수심에 빠진 메데이아의 심정을 에우리피데스는 그의 시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눈물을 흘리며 나는 내가 저지를 참혹한 일을 생각한다.
나의 아이들을 죽여야만 하는 내 숙명이여!
누구도 이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하리라. 이아손의 이 핏줄들을 없애버린다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을 내 손으로 죽이는 이 무서운 죄는
나를 이 나라에서 내쫓고 말겠지…
이아손은 이제, 내 몸으로 낳은 이 아이들을
살아있는 모습으로는 결코 다시 보지 못하리라.
새 신부도 그에게 새 아이들을 낳아주지 못하리라.
그녀는 이제 곧 죽어야 할 목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