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섭취 많이 해도 지속되면 단백뇨 의심
수분 섭취 많이 해도 지속되면 단백뇨 의심
소변에서 거품이 나면?
46세 김OO 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갔더니 그날따라 평소보다 거품이 좀 많아 보였다. “이상하네.. 평소보다 소변색도 진하고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그러던 중 불현듯 얼마전 TV에서 신장병에 대해 얘기했던 방송이 떠올랐다. 소변에 거품이 많은 것은 신장에 병이 있어서 그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이상하게 많이 피곤하고, 몸도 좀 붓는 것 같기도 했다. 겁이 덜컥 난 김OO씨는 바로 제주한라병원 신장내과를 찾았다.
요즘 이렇게 소변에 거품이 난다는 것을 주소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건강정보를 전해주고 있고, 환자들도 이전과 다르게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외래에 찾아오면서 혹시라도 신장에 이상이 있을까 걱정하시는 경우가 많다.
신장에 이상이 있다면 단백뇨가 발생하면서 거품뇨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모든 거품뇨가 단백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내원하는 환자들에서 검사를 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단백뇨 여부는 소변검사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거품뇨가 단백뇨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뇨가 아닌 거품뇨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신장에 이상이 없더라도 소변에 일정량의 단백질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올 때 표면장력이 높아지면서 거품이 일게 된다. 만약 수분섭취가 적었다면 상대적으로 소변에 포함된 단백질 비율이 많아지게 되면서 거품이 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남성의 경우 소변 볼 때 변기와의 높이차가 있어 여성에 비해 거품이 더 잘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보다 소변에 거품이 많다고 느끼는 경우 수분 섭취를 많이 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소변의 거품이 빨리 사라지지 않고 수분섭취를 많이 해도 지속된다면, 단백뇨일 가능성이 높다. 단백뇨는 소변검사에서 stick을 통해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단백뇨가 확실하다면 정량검사를 통해 양을 확인할 수 있다. 정상 성인에서는 하루 150mg 미만의 단백질이 배설되는데, 그 이상인 경우 (소아, 청소년은 250mg 이상, 임산부는 300-500mg 이상) 단백뇨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백뇨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에서도 3.5% 정도 일시적인 단백뇨를 보일 수 있다. 일과성 단백뇨는 심한 감염, 운동, 정신적 스트레스, 갑작스런 기온 변화, 과음, 밤샘 피로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고, 소변에 포함된 단백질 양이 많지 않다. 특별히 신장병을 의심할 만한 다른 증상이 없다면 일과성 단백뇨를 생각해 볼 수 있겠고, 휴식을 취한 후 반복 검사를 해서 단백뇨가 음성이 되는 것을 확인해 보면 진단할 수 있다. 일과성 단백뇨는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재발할 수 있다.
오래 서있는 경우에도 신장과 상관없이 단백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을 기립성 단백뇨라고 하고, 주로 30세 이하에서 나타난다. (사춘기 연령의 2-5%).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신기능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지속성 단백뇨로 진행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활동하는 낮 시간동안과 취침 시간동안의 요단백을 분리 검사하여, 취침시간의 요단백이 정상이면 기립성 단백뇨로 진단할 수 있다.
기립성이나 일과성 단백뇨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단백뇨가 검출이 된다면 그때는 신장의 이상을 고려해야 한다. 지속성 단백뇨의 원인으로는 사구체 이상, 세뇨관 이상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질환으로 인해 대량의 단백질이 발생하여 소변으로 많이 배설되는 경우도 있다. 신장은 소변을 만들어내는 사구체와 사구체에서 걸려져 나온 소변에서 여러 물질을 재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세뇨관으로 구성된다. 사구체 질환은 일차적으로 자가면역에 의해 신장만 침범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장기에 이상이 있으면서 신장에도 발병하는 이차성이 있는데, 이차성의 경우는 당뇨 합병증이거나, 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의 자가면역질환, 임신 중독증, 간염, 악성 종양, 약제 부작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세뇨관 이상은 급성 신우염, 급성 신부전, 중금속 중독 등으로 인해 세뇨관이 손상되면서 단백뇨가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질환으로 인해 다량의 단백질이 생성되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경우는 다발성 골수종 (혈액암의 일종), 유전분증, 임파종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속성 단백뇨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통해서 자가면역 질환이나, 감염, 악성 종양 여부를 확인하고, 영상검사 (초음파, CT)를 통해 신장이나 요관에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사구체 질환이나 세뇨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신장조직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차성 사구체질환인 경우는 면역 질환인 경우가 많으므로 면역억제 치료를 할 수 있다. 이차성 사구체질환은 각 원인을 치료함으로써 단백뇨를 줄일 수 있다. 당뇨에 의한 경우는 당뇨 조절이 중요하고, 간염, 자가면역 질환이나 악성종양의 경우에도 질환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먼저이다. 신장을 보호하고 단백뇨를 줄이기 위한 일반적인 치료는 사구체 내압을 낮추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고, 부종이 동반되는 경우는 이뇨제가 사용될 수 있다. 환자는 저염식이, 저단백식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혈압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품뇨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증상이고, 이를 통해서 신장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거품뇨가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수분섭취를 하여 거품뇨가 사라지는지 관찰해보고, 거품이 지속된다면 신장내과를 방문하여 소변검사를 통해 이상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류지원•신장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