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과 테우리길이 어우러진 자연의 향연
원시림과 테우리길이 어우러진 자연의 향연
곶자왈 도립공원
요즘은 정말 제주도가 넓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삶의 터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여기 저기 개발의 물결로 언제 이렇게 달라졌지?를 연발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쪽에 있는 ‘영어도시’다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영어 마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도시로써의 면모를 점점 갖추어 가고 있는 모습에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그 일대의 파괴 되는 자연을 ‘곶자왈 도립공원’이란 틀을 만들어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
대정읍 구억리. 무릉리, 보성리, 신평리 4개 마을에 걸쳐 있는 약 154만 6757㎡에 이르는 규모의 곶자왈을 제주도에서 ‘곶자왈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이곳은 다른 곶자왈과는 다른 점이 비슷한 지역이지만 다른 4개의 마을이 합쳐져 테마가 있어 걷는 재미가 4배가 되는 곳이다.
탐방 안내소를 뒤를 돌아 시작되는 입구에는 커다란 종가시나무 아래 두 개의 의자가 시작부터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의자 주위로 떨어져 있는 종가시나무의 도토리를 보며 너도나도 한마디씩하고 지난다. 육지사람들은 평소에 알고 있던 도토리와 많이 다르다고 신기해하며 몇 알씩 주워 주머니에 넣기도 하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주머니의 도토리는 금세 잊어버린다. 사방이 초록으로 짙게 펼쳐진 모습이 밀림의 왕자 타잔이 아아아~~~하고 나올듯한 원시림이 순간 망각의 가루를 뿌리기 때문이다. 곶자왈을 여러번 다녀온 사람은 그 감동이 줄어들 거라 생각하지만 직업으로 다니는 나 같은 사람들도 곶자왈의 원시림은 늘 신비스럽다. 봄이 지나 여름이 된 숲은 무성하게 자라서 열매를 키우고 가지를 늘리면서 숲이 자라고 있다. 이른 봄 애벌레들과의 경쟁이 싫어 이제야 잎을 갈아먹는 ‘가중나무 고치나방’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잎 뒤에서 나름대로 보호색(연한 연두색에서 차츰 진한 초록색으로 변함)을 띠고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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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삭줄꽃 | 참식나무 | 호랑가시나무 |
10분쯤 걷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면서 테우리길이 우리를 기다린다. 입구에서부터 테우리길이 보성리에 속하며 테우리(목동)하면 방목을 했던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듯이 여기저기 잣성(돌담으로 경계를 표시)과 사람들이 거주했던 흔적들이 함몰지(지형이 내려앉은 곳)에 남아 있다. 걷는 이들이 테우리가 되어 본다면 더욱 즐기며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소와 말들을 몰고 걷다보면 넓은 빌레(평평한 암반)쉼터가 나오는데 이곳은 한수기길, 오찬이길, 가시낭길이 만나는 사거리다.
오찬이길과 빌레길은 과거 지역 주민들이 공동목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든 길, 한수기길은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든 길이다. 가시낭길은 오래전 곶자왈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특이 지형으로 길이 험하다. 빌레길에서는 숯을 굽던 장소인 숯가마터와 우마급수장 등을 볼 수 있고, 한수기길에서는 용암류 지질 및 화산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여기서 어느 길을 택할까? 고민이 생기면서도 발길은 오찬이길로 가게 되는데 왠지 이 길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을 듯하다.
오찬 이란 사람이 이 숲 궤(바위그늘(동굴))에 숨어 부잣집 소를 훔쳐 살았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시대적 배경과 훈훈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한 옛날 이 일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고 하는데 이제는 우거진 숲과 지형이 변하면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다섯 개의 탐방로 안에는 제주의 4․3의 아픈 흔적도 있고 숯을 구우며 연명했던 과거가 있으며 마을 공동목장의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다. 빌레 위에 농사를 짓기 위해 애썼던 우리 조상의 노고가 그대로 묻어있는 이곳이 많은 사람이 찾아와 널리 알려지는 것보다 옛 것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보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
4개 마을의 생활과 이야기가 어울러진 ‘곶자왈도립공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배운다면 제2, 제3의 곶자왈 도립공원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초록색 이불을 덮고 있는 듯 겹겹이 둘러진 초록의 아름다움을 주는 곶자왈이 제주의 허파로써의 기능을 잘 할 수 있게 우리 모두 지켜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