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매거진/제주의 새

부부 사랑의 상징인데 종족 번식이 우선…

제주한라병원 2016. 3. 3. 11:41

제주의 새 이야기-원앙

부부 사랑의 상징인데 종족 번식이 우선…


원앙은 우리 조상들이 부부의 사랑을 상징하는 새(鳥)로 꼽아왔다. 그래서 결혼식에서 주례자가 흔히 원앙 같은 부부가 되라고 강조하기도 하며 신혼부부들이 사용하는 베개와 이불을 가리켜 '원앙금침'이라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보호종이다.


원앙은 육지 산간 계곡에서 번식하는 흔하지 않은 텃새이기도 하지만 우리 제주에서는 겨울철에 볼 수 있다. 대표적 월동지는 서귀포시 강정동, 안덕계곡을 비롯하여 제주시 보건소 주변의 한천, 광령리계곡이 있으며 곶자왈 지역에서도 월동을 한다. 몇 해 전부터는 함덕 인근의 골프장 연못에서 500여 마리가 겨울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종종 관찰되기도 하지만 이들도 쉽게 볼 수 없다. 


아주 민감한 새로 조그마한 인기척에도 놀라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관찰과 촬영이 쉽지 않다. 유난히 금실 좋은 부부를 가리켜 원앙 같다고도 한다. 짝을 이뤄 물위를 노니는 암수의 원앙은 정말로 사이좋은 부부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우리들의 생각처럼 그렇게 금실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앙커플은 봄이 되면 둥지를 만들 장소를 함께 찾아 나무구멍에 둥지를 잡는다. 교미후 암컷은 둥지를 지키며 알을 낳아 25일정도 품으면 한 개, 두 개씩 부화하여 5일정도면 모두 부화하게 된다. 처음 원앙 부부는 새끼를 낳고 양육하며 열심히 살아가다 암컷은 지금의 남편보다 훌륭하고 매력이 넘치는 다른 수컷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동요되어 그만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이러한 암컷의 혼외정사로 남편원앙이외의 다른 원앙새끼가 약 10%에 이른다고 한다. 원앙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불륜의 상대가 지금의 남편 원앙보다 훨씬 털의 색깔이 아름답거나, 날아가는 속도가 빠르거나 하는 것이다. 암컷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수컷을 선택하여 우수한 자손을 남겨 종족의 번영을 이루려는 것이다.


수컷 또한 체력이 있는 한 암컷의 교미에 응하고 있다. 실제로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획득한 암컷의 새끼들의 생존율은 선택되지 못한 새끼보다도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원앙 암컷의 불륜의 목적은 인간의 불륜의 목적과는 달리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확립, 선택하여 우수한 자손을 남긴다는 장시간의 세월 속에서 진화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도의적 판단을 내리겠지만 조류(鳥類)의 세계에서 암컷이 정절(貞節)을 지키다가는 멸종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멸종을 면하기 위해서는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수도 있는 것이다.<지남준‧핵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