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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고 크레타섬 벗어나

제주한라병원 2016. 3. 3. 09:25

역사 속 세상만사 - 영웅 테세우스 3 -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고 크레타섬 벗어나



테세우스의 아버지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의심하기도 했다. 아이게우스가 트로이젠의 왕을 방문했을 때, 공주 아이트라와 잠자리를 같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날 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이들의 잠자리를 찾아가 아름다운 공주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게우스는 이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것은 집주인 피테우스가 그를 자신의 딸 방으로 안내하기 전에 그에게 술을 너무 많이 먹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테세우스는 당연히 아이게우스를 자신의 친부로 확신하고, 젊은 나이에 트로이젠을 떠나 아테네로 가서 왕위 계승권을 요구하게 된다. 아이게우스도 테세우스를 후계자로 삼을 용의가 있었지만 그 전에 테세우스는 왕좌를 이어받을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만 했다.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많은 영웅들은 고향에 정착하여 중요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에 이방 지역에 머물며 경험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세우스도 예외일 수 없을 것.


테세우스가 아직 태어나기 전에 아테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 참고로 크레타 문화는 초기 그리스의 문화보다 월등하게 뛰어났다. 그리스 신화를 통해 크레타인들의 함대가 에게 해 전체를 지배했으며, ‘미로의 궁전’을 뜻하는 ‘라비린토스(Labyrinthos)’에는 크레타를 상징하는 도끼 두 자루의 의미가 담겨있음 알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 크레타 문명을 전설적인 왕 미노스의 이름을 따서 미노아 문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로의 궁전에 대한 신화는 크노소스를 비롯해 인근에서 발견된 궁전들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고, 황소가 크레타에서 숭배되었다는 것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크레타에 패한 후부터 아테네는 9년마다 일곱 명의 귀족 청년과 일곱 명의 처녀들을 선발하여 크레타에 있는 미노스 왕의 궁전 크노소스에 조공으로 바쳐야 했다. 이들은 그곳에서 인간의 몸에 황소머리가 달린 무서운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먹이가 되었다. 미노스왕의 부인과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이 괴물은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아무도 출구를 찾을 수 없도록 설계된 미로의 궁전에 감금되어 있었다.(이 궁전의 설계자는 헤파이스토스의 후손이자 모든 과학자들과 조각가들의 신화적 선조였으며, 이카로스의 아버지이자 탈로스의 스승이었던 그 유명한 다이달로스다)


다음번 조공을 바쳐야 할 때가 다가오자 테세우스는 크레타로 가는 비극적 여행길에 자원해 이 수치스러운 조공에 종지부를 찍어야겠다고 아버지에게 다짐한다. 아이게우스는 주저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떠나보내면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지면 아티카로 돌아오는 배에 조의를 뜻하는 검은 돛 대신에 흰 돛을 달아 성공을 표시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숱한 모험을 겪은 후 마침내 크레타에 도착한 이 젊은 아테네의 왕자는 이제 미노스 왕의 궁전에서 희생 제물로 바쳐질 날만 기다리는 처지였다. 이 기간 동안 테세우스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였던 미노스 왕의 통치술을 눈으로 배우고 또한 그의 아름다운 딸 아리아드네를 알게 된다.


신화적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시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를 사부로 삼고, 그의 딸 아리아드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테네의 왕자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당연히 테세우스가 도제시험에 통과하도록 도움을 주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도움 없이는 테세우스가 절대로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사 미노타우로스를 죽일 수 있다 하더라도 천재적인 기술자 다이달로스가 설계한 미로를 빠져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이달로스조차도 나중에는 이 미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잊어버렸다고 한다.


실뭉치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다이달로스였는지 아리아드네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여하튼 테세우스에게 실뭉치를 건네준 것은 아리아드네였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아리아드네의 실’ 혹은 ‘붉은 실’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테세우스는 미로의 입구에 붉은 실을 묶고 실뭉치를 계속 풀어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복잡한 궁전의 깊은 안쪽에서 드디어 미노타우로스와 마주친 테세우스는 이 괴물을 맨주먹으로 해치우고 나서는 실을 따라 다시 밖으로 나왔다. 남은 일들은 신속히 진행되었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손을 꼭 잡아주고는 자신의 일행들을 풀어준 후 적진을 뚫고 그들의 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 에게 해의 지배자였지만 미노스는 바다를 건너 달아나는 이 도망자들을 붙잡는데 실패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