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산업 발달하면 20만개 일자리가 생기는데…
말 산업 발달하면 20만개 일자리가 생기는데…
얼마 전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다니며 재활치료를 받던 중 물리치료사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들었습니다. 뇌성마비 아동들이 재활승마 치료를 받은 결과, 전체 아동의 71%가 대동작 운동기능과 균형평가 기능이 호전되었다는 것입니다. 승마는 말과의 교감을 통한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을 증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입증돼 재활치료의 새로운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물리치료사는 소개했습니다.
그는 척수손상으로 하반신 마비인 저 같은 사람도 승마를 즐기면 신체적인 건강과 안정,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며 승마를 권장했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받고 승마를 할 수 있는 곳과 재활승마치료사를 알았는데 갑자기 회사 일이 생겨 찾지를 못했습니다.
말을 타기 위해서는 말을 마방에서 끌고 나와 깨끗하게 손질하고, 승마 장구를 채우는 준비 과정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자신보다 큰 동물을 다루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말과 소통하고 움직임을 제어하면서 힘과 자신감이 높아집니다.
승마는 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좋아 적극적으로 권장할 만한 운동입니다. 특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 완화에 우수한 효과가 밝혀져 심리치료의 새로운 분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말의 걸음걸이는 인간의 보행과 가장 유사해 말을 탈 때면 직접 두 발로 걷는 것과 같은 운동신경 반응이 유도됩니다. 스스로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 승마는 땅을 딛고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활승마는 196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는 2001년 도입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간 500만명 정도 치료를 받고 있으며, 보험이 적용되는 독일과 미국의 경우 의료의 한 분야로 정착돼 있어 쉽게 장애인들이 승마를 즐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승마단, 한국마사회, 한국재활승마협회, 노틀담복지관, 승마클럽 등 여러 단체에서 재활승마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국가 공인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시험도 시행 중입니다.
그러나 국내 재활승마는 도입 초기단계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습니다. 재활승마 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재활승마 치료를 받고자 하는 희망자들은 늘어나고 있으나 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활승마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부족한 재활승마용 마필과 재활승마지도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활승마 마필은 승마용으로 이용되는 말 중 성품이 온순하고 친화력이 높은 말을 선발해 이용합니다. 그러므로 단기간에 친화력이 뛰어난 재활승마용 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말 산업 구조는 경마산업이 88.4%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마필 생산 2.4%, 승마 2%, 기타 7.2%에 불과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입니다.
한국마사회 말 산업 연구소가 지난 2012년 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나라의 말 산업 산출액은 3조3,178억원(부가가치 규모 2조344억원은 별도) 였습니다. 말 산업 종사자는 1만8,364명에 불과했고 승마 이용자 수도 41만5,000명으로 적었습니다.
우리의 승용마 두수는 5천두인데 비해 일본은 1만5천두로 고구려 시대부터 이어온 기마민족이라는 자부심은 사라지게 됐습니다. 프랑스는 70만두, 영국은 90만두, 독일은 110만두, 미국은 900만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승마 인구가 2만명에 불과해 서구 국가의 50분의 1 내지 100분의 1 이하로 적습니다. 정부에서 복지 예산을 지원해 승마 인구를 증가 시키면 승마 관련 매출이 부쩍 늘어나고 가장 큰 문제점인 일자리도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말 산업이 발전하면 나라가 융성해 진다는 게 말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입니다.
말 산업이란 말의 생산, 육성, 유통 부문에 속하는 산업활동으로 말사육업, 말교배업, 말조련업, 말경매업, 말도소매업 등을 말합니다.
말을 이용한 관련된 산업활동으로는 경마장업, 장외발매소, 승마장업, 농어촌형승마시설업, 승마동호회, 말고기전문음식점, 말부산물이용제조업 등이 있습니다.
연관산업으로는 말사료제조업, 마구류제조업, 경기용품제조업, 장제업, 수의업, 말의약품제조업, 말도축업, 말관련건설업, 말운송차량제조업, 마차제조업, 말관련교육기관 등이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선 말 마사지사 1호(박경근씨)도 탄생했습니다. 경마장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들을 마사지 해주는 사람인데, 해외에서는 이 말 마사지사가 인기 직종입니다. 트랙을 최고 시속 60km로 전력질주하거나 훈련이 끝난 경주마들은 사람처럼 근육통에 시달리는데 엉덩이 등 온몸의 근육을 꾹꾹 눌러주는 마사지를 하면 말의 근육회복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빨라져 말들은 박씨 손에 몸을 맡깁니다. 부상으로 은퇴 위기를 맞았던 말이 마사지를 받고 우승한 적도 있습니다.
말 산업을 발전시키면 1만8천여명에 불과한 말 산업 종사자가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고 한 해 산출액도 3조3천억원에서 30조억원 이상으로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에서도 말산업 육성 정책 수립 시 관광, 체험, 스포츠, 재활, 향장품 등 다양한 말산업 분야가 파급 효과가 있어 정부 부처 각 분야의 참여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3일 2011년 시행된 5개년 ‘말산업 육성법'에 따른 각 분야의 파급효과와 향후 개선방향을 분석한 후 새로운 계획을 마련키로 해 기대가 큽니다.
국내 말 생산•육성의 허브지역인 제주도는 올해 말 산업 분야에 총 206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2월 20일까지 희망농가에 대해 사업신청서를 받는데 얼마나 좋아질 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