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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 겁내지 마세요”

제주한라병원 2015. 11. 27. 09:03

“당뇨병 치료 겁내지 마세요”
        
10년 전 승용차를 운전하고 출근하다가 뒤에서 오던 지프차에 들이받혀 등과 목이 아팠습니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던 중 저는 처음으로 당뇨병 초기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31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돼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기 때문에 운동할 기회가 없고 회사 동료들과 매일 술을 마시며 생활해서 생긴 병인 것 같았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매달 혈당 체크를 하며 약을 복용했는데 좀처럼 정상 수치가 나오지 않더군요. 근 1년 반 만에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되고 당화혈색소 검사를 했더니 역시 정상 수치에 근접한 수치가 나왔습니다. 매일 복용하는 약이 지겹지만 의사 분은 계속 복용하는 게 낫다고 해서 지금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두 달에 한번씩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었습니다. 1991년 유엔(UN)과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당뇨병연맹(IDF)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당뇨병의 날을 제정했습니다. ‘부자들의 병’으로 불리던 당뇨병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자리 잡아, 30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은 당뇨병 진단을 받는 실정으로 약 280만명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혈당측정기 사용을 통한 적극적인 혈당관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11월 15일부터 인슐린을 투여하는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혈당 검사지 등 소모품에 대한 보험 급여를 지원키로 하고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혈당측정기 사용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평소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거나 기능을 잃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당뇨병 합병증은 실명의 원인이 되는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콩팥(신장)의 기능 저하로 혈액 투석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성 족부 질환이 심해지면 발가락에 다리 절단까지 해야 합니다. 신체 각 부위의 저림 증상과 통증이 지속되는 신경병증, 심장혈관계 질환, 뇌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높아집니다.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우리 몸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혈액 속의 혈당이 에너지로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이는 질병입니다. 섭취한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기 위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기능이 떨어지면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당뇨병에 걸리면 인슐린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우리 몸은 포도당 배출을 위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이때 빠져나가는 포도당과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허기와 갈증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당뇨병 발병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눕니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라면 자녀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약 30%입니다. 부모 중 한 명만이 당뇨병일 경우에도 약 15%가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당뇨병 발병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유전적 요인 이외에도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비만,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큽니다.


임신으로 인한 임산부 당뇨와 평소 기관지 천식, 피부병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에 의한 당뇨병, 위나 췌장에 질환이 있어서 위절제술이나 췌장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의 경우에도 당뇨병 위험이 있습니다.


보통 당뇨병은 식후 2시간이 지나 간단한 혈액 체취를 통해 혈당검사를 실시하면 즉시 진단이 가능합니다. 혈당수치가 126이상인 경우 당뇨로 진단합니다. 당뇨병은 현재까지 완치를 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꾸준한 관리와 예방이 중요합니다. 정상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식생활 개선과 체중 조절은 필수적입니다.


당뇨병은 발병하면 향후 10년 정도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증상이 발생하고 진단 후에는 합병증도 함께 시작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3~6개월마다 혈당 검사를 받아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생의 동반자’라고 불리는 당뇨병은 죽을 때까지 완치가 어렵고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거르지 않고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급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최근 6조원 상당의 바이오신약 기술수출 ‘대박’을 일구어 냈습니다. ‘랩스커버리’라는 독자기술이 큰 몫을 했습니다. 랩스커버리는 기존에 없던 약물이 아니라 약물의 전달체계를 변화시켜 약효의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기술입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이나 당뇨치료 주사를 매일 맞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당뇨병 신약은 투약 횟수와 투여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부작용 발생률도 낮출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선 고통도 줄이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입니다.


랩스커버리는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13년간 30명의 연구진이 매달려 신약개발에 사용된 연구개발(R&D)비용의 60~70%가 투입돼 약물지속 기간을 대폭 늘리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6개 제품을 개발했고, 이중 5개를 기술수출해 대박을 쳤습니다.


이번에 사노피 아벤더스에 39억유로(4조9000억원)를 받고 기술을 이전한 '퀀텀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GLP-1’계열의 에페글레나타이드라는 신약은 최장 월1회 투여가 가능하고, 랩스인슐린115는 주1회 투여하면 됩니다. 주1회 투여로 기존의 약보다 약효가 좋고, 인슐린 투여에 따른 부작용(저혈당 쇼크, 체중증가)도 크게 줄였습니다.


또 미국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비만 신약 ‘HM12525A’도 마찬가지로 랩스커버리를 적용 주1회만 투약합니다. 랩스단백질은 체내 부작용이 없고 당뇨병 신약 외에도 다른 질환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접목할 수 있어 다양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는 제주가 주산지인 감귤이 당뇨병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11월 2일 밝혔습니다. 감귤연구소 박경진 농업연구사는 “이번 연구로 부작용 없는 천연물 소재인 감귤 추출물을 이용해 기능성 식의약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밝혔습니다.      


또 감귤과 감귤 부산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넓혀 감귤 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감귤은 항암과 비만 억제,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활발한 연구가 기대됩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에 위험한 당뇨병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