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숲이야기

숲마다 식생 서식 뿐 아니라 모습‧색깔‧향기 달라

제주한라병원 2015. 8. 26. 09:14

숲마다 식생 서식 뿐 아니라 모습‧색깔‧향기 달라

최근에는 이 곶자왈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대부분의 곶자왈이 생태관광지로 두각 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한 때는 농사도 짓지 못하는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땅으로서 방목지로 이용되거나 땔감·숯을 얻고 약초 등의 식물이나 채취하면서 그냥 쓸모없는 공간으로 대접받던 곳이었는데 말입니다. 수십 년간 사람들에게 잊혀지면서 동물과 식물들의 낙원이 되었을 뿐인데 그 덕분에 최근에는 ‘오랜 세월 동안 잘 보전되어온 자연 그대로의 숲’이라는 칭송과 함께 환경적 요소 혹은 생태적 가치 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교래지역 곶자왈은 상록수가 대부분인 숲과는 달리 낙엽활엽수가 많은 숲이어서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숲을 지키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생명이 있고 봄에 새순이 올라오고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 맺는 그런 다양한 변화 속에 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예전 숲을 잘 몰랐을 때는 숲은 숲이어서 모두가 같은 숲인 줄 알았었는데 주종을 이루는 나무에 따라, 숲의 위치에 따라, 근간을 이루는 땅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과 계절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이는 숲과 그렇지 않은 숲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숲을 몰랐을 때 숲에는 아름드리나무만이 존재하고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굳건히 서 있다고 여겼었는데 자주 다니다 보니 나무 이외의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곶자왈에 서있는 키 큰 나무 한그루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암석과 암석을 뒤덮은 이끼, 잎이 떨어져서 만든 부엽토, 나무뿌리 근처, 바위 위 이끼위에서 자라는 많은 종류의 풀과 고사리들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큰 나무의 씨앗에서 발아한, 떡잎도 채 떨어지지 않은 치수들이 있어서 그 중에 몇이나 큰 나무로 자라게 될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건강한 숲은 다양한 연령대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생태계의 미래를 얘기하는 곳이라는 어느 박사님의 말씀도 갑자기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숲에는 생각이라는 것도 자라나봅니다.


나무뿌리를 지나 나무 기둥에는 그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굴나무가 보이는데 한 종류가 아닙니다. 뿌리를 붙이고 올라가기도 하고 감으면서 올라가기도 합니다. 나무 기둥과 덩굴사이의 틈새를 들여다보니 줄을 지어 올라가고 있는 개미군단과 나무껍질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딱정벌레와 날벌레들도 보입니다.


나뭇잎에는 나뭇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 나뭇잎을 돌돌 말아 쉬고 있는 애벌레, 나무줄기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타고 있는 애벌레…다양한 애벌레들도 있습니다.


저 애벌레들은 모두 자라서 나방 혹은 나비가 되어 또한 숲을 날아다닐 것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날아다니는 작고 앙증맞은 새들도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에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들도 보입니다. 거미줄 종류도 방사형만 있는 것이 아니었네요.


건강해보였던 나무를 조금 떨어져서 보니 새 잎이 나오지 않는 마른 가지들도 있습니다.


그 마른 가지에는 바짝 마른 버섯과 한참 물 오른 목이버섯도 보입니다.


그냥 한 그루 나무일뿐이라고 여겨졌던 그 나무는 그대로 하나의 커다란 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숲’하면 나무만 생각나는 게 어쩌면 당연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숲에는 나무를 중심으로 위치해있던 풀, 나무 등의 식물, 곤충, 새 등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지각색의 향기도 있으며 그 향기 역시 계절마다 다릅니다.


근처에 더덕 밭이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상산나무 잎이나 레몬에이드를 생각하게 하는 비목나무 잎. 또는 은은한 고추나무꽃, 달콤한 으름나무꽃처럼 나무에서 나는 냄새, 잎에서 나는 냄새, 꽃에서 나는 냄새는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지의류, 이끼, 고사리도 각기 나름대로의 냄새가 있을 뿐 아니라 낙엽이 떨어져 썩어가며 만든 부엽토에도 향기가 있습니다. 물론 죽은 나무를 분해하는 버섯, 곰팡이나 박테리아도 향기를 만듭니다. 이 모든 냄새들이 어우러져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숲의 향기를 만들어냅니다.


초록의 색과 향기, 그리고 소리의 어우러짐이 있어 숲에 들어서면 편안함과 안정감을 얻게 되고 같은 숲을 몇 년째 다녀도 매일 새로운 기분으로 다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별 생각이 없이 지나치는 숲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냄새를 품고 있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을 채워가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글귀와 함께 자연은 즐기는 자가 주인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꼭 곶자왈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숲 한 곳을 지정하여 자주 찾아가면서 그 숲의 주인이 되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