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후 나타날 신종 감염병
메르스 이후 나타날 신종 감염병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동을 제한하고 지난 해 세월호 사태보다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신규 환자가 지난 7월 6일 이후 나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메르스가 지난 5월 20일 처음 보고된 후 확진 환자는 186명, 사망자는 36명, 발병 후 퇴원자는 140명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 10명 가운데 9명은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후유증을 치료하고 있으며 다만 환자 중 3명은 인공호흡기 등을 부착한 채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메르스 환자가 완쾌하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국내 메르스 사태가 9월중으로 종식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서 종식되더라도 신종 감염병은 언제, 다시 발생할 지 모릅니다. 신종감염병은 글자 그대로 기존에 유행하지 않았던 새로운 감염병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최하위 수준입니다. 메르스 외 수십개의 신종 감염병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학이 발달한 미국에서 과거 흑사병으로 불리우며 수천만명이 사망한 페스트가 나타나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 서부에서 페스트에 감염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 것입니다.
지난 8월 7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다녀온 한 여자 어린이가 페스트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퇴원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페스트에 감염된 사례는 9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 어린이는 지난 7월 중순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캠프장과 스태니슬러스 국유림을 다녀온 뒤 페스트균에 감염됐습니다.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은 이 어린이는 회복 중에 있으며 다른 가족들은 감염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4일에 콜로라도 주 푸에블로 카운티에서 한 성인 남성이 페스트균에 감염돼 사망했습니다. 콜로라도 주에서 올들어 페스트균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지난 1월 16세 소년에 이어 모두 2건입니다.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는 쥐와 다람쥐, 청설모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에게 박테리아균을 퍼뜨려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입니다.
페스트 유행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아마 히브리어 성경(티나크의 사무엘서 5장 6절)입니다. 여기에 보면 블레셋인들이 계약의 궤를 훔쳐간 죄로 페스트에 걸려 고통받는 내용이 나옵니다. 블레셋인들이 겪은 증세를 ‘종기’(영어에서는 종양)라고 번역하는데, 블레셋인의 도시와 영토가 쥐떼에게 유린당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는 선페스트로 인한 가래톳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페스트로 인해 블레셋인들의 인구는 크게 줄었습니다.
1340년경의 유럽 인구는 무려 7,500만 명이었는데 지중해에서 스칸디나비아까지 유행병이 발생했습니다. 그로 인해 4년도 채 되지 않아 유럽 인구의 1/3이 죽음을 맞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국에서는 페스트뿐아니라 현대 감염병인 레지오넬라병도 발생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뉴욕 현지 언론은 지난 7일 뉴욕시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발생한 레지오넬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명으로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감염자는 적어도 100명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뉴욕시 질병 역사상 최악의 피해 규모라고 언론들은 전합니다.
피해가 확산되자 뉴욕시 당국은 시 전역을 대상으로 빌딩내 냉각탑에 대한 의무검역을 시행한다는 '응급처방'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레지오넬라 사태가 일부 빌딩의 냉각탑 오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뉴욕 시내에서 냉각탑을 갖춘 빌딩들은 보건 전문가를 고용해 앞으로 14일 내에 반드시 냉각탑 안전점검을 마쳐야 합니다. 미국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브롱크스의 17개 건물의 냉각탑 가운데 5개가 레지오넬라균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는 사람의 이동이 많은 호텔과 병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어느 것이 세균을 직접 전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건물 냉방기의 냉각탑수, 샤워기, 수도꼭지, 분수대, 분무기 등에서 서식하다가 공기를 타고 전파돼 폐렴, 독감 등을 일으킵니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고열, 기침, 오한, 근육통증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다만,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항생제 복용 등으로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메르스 이후 찾아올 신종 감염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다양한 국가로의 여행이 보편적인 시대에서 풍토병으로 만연해 있던 질환들이 여행객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또 지구온난화에 의한 우리나라 기온과 습도의 상승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고 습한 동남아 지역의 풍토병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질환인 말라리아와 뎅기열, 웨스트나일열(West Nile Fever) 등이 해마다 그 감염자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해외 감염병은 모두 18종, 뎅기열 등 최다 165건이 발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온변화에 대비해 더운 지역에 서식하는 매개체 전염병을 감시하는 기준을 강화하고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응급실 내원 시 여행력을 묻는 등 바이러스 숙주가 된 환자를 사전에 분류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 중에는 뎅기열과 웨스트나일열이 대표적입니다. 웨스트나일열은 모기에 의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39도 이상의 발열과 두통을 보입니다. 중증의 경우 뇌염으로 이행되기도 합니다.
본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193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서 나일지역에서 발견된 이후 주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프랑스 등에서 유행했으나 1999년 러시아, 미국으로 유입돼 미국에서 대규모 전파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에서 2003년 9862명의 환자와 26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2007년 환자 1271명(사망 5명)이 발생했습니다.
라임 바이러스는 야생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데, 현재 북미와 유럽에 크게 유행하며 러시아, 일본, 호주에서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라임병은 미국에서 1982∼1996년 사이 10만 명에 가까운 환자가 발생했고 2002년 2만3764명이 보고됐습니다. 양국간 유학생과 이민자의 왕래가 잦은 만큼 보건당국은 예의주시해야 할 감염병으로 라임을 지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