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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려하고 약자를 보호하자는 의미 담겨

제주한라병원 2015. 7. 28. 13:09

건강상식-아이가 타고 있어요
서로 배려하고 약자를 보호하자는 의미 담겨
          

운전을 하다보면 ‘아이가 타고 있어요’ 라는 표지판을 종종 본다. 이러한 스티커가 많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유래나 의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리고 이 문구의 유래와 내용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인터넷, 주로는 자동차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서 확산되고 있다.


주로 많이 알려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캐나다에서 큰 교통사고가 일어났으며 구조대가 도착해 어른과 아이들을 구조했고 사고 차량은 폐차장으로 옮겨졌다. 다음날 경찰이 사고 수습을 위해 폐차장에 가보니 사고 차량 뒷좌석에서 아기가 발견되었다. 사고 당시 구조되지 못한 채 폐차장에 옮겨지면서 밤새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아기부터 구조해달라는 뜻의 ‘Baby on board’ 문구를 표지판으로 제작해 차량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거짓이다.


이 ‘Baby on board’라는 표지판은 아기용품 전문 회사인 도렐(Dorel)의 자회사인 세이프티 퍼스트(Safety 1st Corporation)에서 처음으로 제작했다. 5인치 즉 12.7cm의 작은 다이아몬드 형상의 이 표지판은 노란 배경에 검은색 글씨로 제작됐으며 현재와는 다르게 스티커가 아닌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됐었다. 표지판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세이프티 퍼스트의 설립자인 미셀 러너로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이 문구의 상표권을 구입한 후 자사의 아기용품을 홍보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용 광고판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함께 도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아기가 탑승한 차량과 뒤따르는 차량이 함께 안전운전을 하자는 공익광고 형태로 인식되기 시작하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실제로도 안전운전을 유도하는데 적지 않은 효과를 냈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간혹 사회관계망(SNS)을 보다보면 이 표지판이 ‘사고 시 아이를 먼저 구해주세요’ 또는 ‘아이는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해 아이를 찾아주세요’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이 표지판의 역사와 유래를 살펴보면 그 글들은 틀린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잘못된 정보일지라도 이를 본 사람들이 양보 운전. 안전 운전을 하도록 유도한다면 새로 부여된 이 의미가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즉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이 작은 표지판이 우리 사회 구성원 간에 양보와 배려를 키울 수 있는 작은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차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조심하숑!’,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등의 문구는 타인에게 양해와 배려를 구하는 모습이라기보다 오히려 반감과 불쾌함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때로는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표지판을 붙인 채 버젓이 난폭운전이나 과속운전을 하며 심지어 아이를 앞에 안고 운전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과연 이 표지판을 왜 붙인 것인지 쉽게 이해가 안 되는 상황들이다.


자동차에 붙인 작은 스티커 ‘아이가 타고 있어요’에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또 약자를 보호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회일수록 더 건강하고 안전해질 것으로 믿는다.


또 하나 이번 기회에 짚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운전을 하다보면 수많은 표지판, 신호등, 그리고 차선을 만나게 된다. 서로서로가 정해진 규칙을 잘 지켜줄 거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 환경이 조성된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또는 '어린이 보호차량'같은 표지판은 법적으로 정해진 규정이나 규칙이 아니지만 이 역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 것이다. 보호해줘야 할 아이가 타고 있다, 지켜줘야 할 아이가 타고 있다는 의미는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하고 주위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표지판을 부착한 채 서로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운전 매너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모쪼록 이러한 표지판을 보게 된다면 한 번 더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주시길 바라고 또 이 표지판을 부착하고 운전할 때 역시 표지판이 주는 의미에 부합되는 운전 습관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문이상·응급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