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종료코너/숲이야기

나뭇가지 변신…알 대량으로 낳기…냄새 뿌리기…

제주한라병원 2015. 5. 29. 09:38
나뭇가지 변신…알 대량으로 낳기…냄새 뿌리기…


-숲속 곤충과의 동행-


오늘도 걸어갑니다.


오늘도 미련하게 내딛는 발은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오늘도 무식하게 뻗는 손짓은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고개 숙여 발밑을 보았습니다. 무심코 고개 숙인 발밑에는 생명체들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개미들의 행진, 지렁이들의 향연, 달팽이 움직임을 따라 생각도 따라 움직입니다. 낙엽 속에서 이름 모른 생명체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숨고 숨었다 불쑥 내미는 놀이에 또 다른 애벌레가 나뭇가지 위에서 툭하고 떨어집니다. 내가 몰랐던 세상이 내 발아래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숙여 발밑을 보았을 뿐인데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숲을 보자 신비의 세상이 보입니다.


어느 날 산뽕나무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나뭇가지를 손으로 살짝 만졌는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신기해서 손으로 살짝 더 건드렸더니 더 굳어져 진짜 나뭇가지처럼 되어 버립니다. 멧누에나방 애벌레입니다. 멧누에나방 애벌레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뭇가지처럼 되기로 한 것입니다. 멧누에나방은 나뭇가지와 비슷한 색깔을 갖는 동시에 나뭇가지처럼 변하는 생존전략과 함께 애벌레가 좋아하는 먹이인 산뽕나무에 알을 낳는 전략으로 살아갑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5월 어느 날 참빗살나무 잎에 아주 작은 옥구슬보다 더 빛나는 알과 그 알을 껴안고 있는 노린재를 보았습니다. 나뭇잎과 똑같은 색을 갖고 있는 노린재가 있었습니다. 관심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입니다. 내 눈앞에 나타난 노린재는 처음 본 날과 똑같은 자세로 다음날도 처음 그 자세 그대로 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노린재는 자신의 알을 지키고 있다가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오면 2~3일 후에는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알을 지키는 노린재는 푸토니뿔노린재입니다. 푸토니뿔노린재의 숭고한 사랑에 고개를 숙여 내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오늘도 신비의 세상을 향해 숲으로 가는 중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예쁜 몸짓을 하며 날아가는 호랑나비를 보면서 혹시나 하고 고개를 숙인 순간 새똥을 뒤집어 쓴 애벌레가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누가 엿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먹고 있었습니다. 호랑나비애벌레가 맛있게 먹는 나무에는 가시가 나 있었습니다. 초피나무 잎을 열심히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끝까지 살아남길 기원했습니다. 다음날 다시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 나무에 애벌레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좀 더 자랐고 노란색이 보이면서 새똥처럼 생긴 흰색은 없어져 녹색으로 변해있었습니다. 호기심에 살짝 머리 부분을 건드려 보았습니다. 노란색 뿔이 나오고 시큼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무기를 숨겨 두고 있었던 것 입니다. 저는 무기라고 내미는 노란 냄새뿔이 귀엽기만 합니다.


호랑나비와 비슷한 산호랑나비 애벌레는 구릿대를 좋아합니다. 구릿대 위에는 산호랑나비 애벌레와 홍줄노린재, 파리 등등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산호랑나비 애벌레는 다 자라면 입에서 실을 내어 나뭇가지에 몸을 꽁꽁 동여매고 10일정도 번데기로 견디게 됩니다.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10달 동안 눈, 코, 입 등을 만들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과 똑같이 산호랑나비도 번데기 안에서 나비가 되기 위한 기관을 만들고 기관이 완성되면 번데기를 뚫고 밖으로 나와 몸을 말리고 날개를 펼쳐 세상 밖으로 날아갑니다. 나비가 번데기를 뚫고 나온 다음 힘이 들었는지 잠깐 쉬다 다시 에너지를 모으고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순간 뭐라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내가가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세상에 나온 자식을 품안에 안을 때의 감격이 되살아납니다. 산호랑나비는 알을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약 100개 정도 낳는데 약10마리 정도만 멋진 날개를 펼친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 받아 마땅할 존재입니다. 누가 잘나고 누가 최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자연의 일부인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가 없어지면 삐걱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만약 우리가 지저분하다고 생각하는 파리가 없어진다면 지구는 동물의 사체들로 가득 쌓일 것입니다. 또 더럽다고 여기는 자연산 소똥이 없어진다면 소똥을 필요로 하는 소똥구리는 지구상에서 볼 수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세상에는 소중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서로 서로 도와주며 살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같이 갑시다. 서로 격려해주면서 같이 갑시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함께 갑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갑시다.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숲으로 함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