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과장에 가짜 논란, 건강기능식품 맹신
손자가 초등학교 5학년인 제 아내는 백수오 제품을 홈쇼핑을 통해서 구입하여 복용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4월 말 터진 백수오 가짜 소동 뉴스를 듣고 화들짝 놀랐으며 환불 받기 위해 마음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중에 수많이 나와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상당수는 효능이 없다고 생각해 아내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했지만 “여성 갱년기 증상에 좋다고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은 제품이어서 먹는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원이 검사한 32개 백수오 제품 가운데 29개에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조금이라도 들어갔거나 제품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돼 효능이 없다고 밝히는 보도가 터지자 난리가 난 것입니다.
이엽우피소는 본래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국내에서도 재배하고 있는 식물인데 지난해 12월 10일 식약처에서 "백수오와 형태는 비슷하나 식품 원료로는 사용할 수 없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독성 식품이 이엽우피소”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 취임한 식약처장은 이엽우피소가 "무해하다"며 입장을 바꾸면서 "이엽우피소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을 뿐 위해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애매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10일 식약처는 어린이 키 성장에 효능이 있다고 광고한 뒤 주원료인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쓴 업체를 적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낸 적도 있습니다.
"이엽우피소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말을 분명히 명시했지만 새로 취임한 식약처장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를 "독성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안전하다"라고 밝혀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1조7920억원(2013년 기준)으로 국내 생산액 1조4820억원, 수입액은 3854억원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홍삼이 약 40%를 점유하고 있고 이어 개별인정형(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 당귀혼합추출물, 마태열수추출물)이 16%, 비타민•무기질은 12%, 프로바이오틱스 5%, 알로에 4% 등 순입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2009년 2조8000억원이라고 밝혔지만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감안하면 현재 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젊어지는 묘약---아줌마에서 여자로 변신---백수오궁’시중에는 이 같은 광고가 많이 나돌아다닙니다.
공신력이 있는 KBS 1TV의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은 지난 해 1월 방영에서 “갱년기에 좋은 음식으로 대표적인 것은 홍삼과 백수오가 있는데요, 홍삼으로는 요즘은 정관장보다 운동선수, 연예인들이 많이 먹는다고 해서 유명해진 참다한흑홍삼을 비싸지만 많이들 드시는 것 같고, 백수오로는 ‘남자한테 참 좋은데~~~’로 유명한 황후백수오가 많이 팔리는 것 같네요.”
방송에서는 이런 안내와 함께 황후백수오 등이 갱년기 초기증상에 좋은 음식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4월22일부터 5월5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백수오 건강식품 관련 상담 4,448건 중 부작용 경험 사례는 400건으로 집계됐다 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부작용 내용은 소화기 장애, 간기능 손상, 통증 발생, 혈액순환 및 신경계 이상, 자궁근종 및 출혈 등이었습니다. 부작용을 경험한 소비자의 34.8%는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 상담이 많이 접수된 제품은 백수오궁, 백수오퀸, 백수오시크릿, 황후백수오 등의 순이었고, 판매처는 TV홈쇼핑, 백화점•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순서로 많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말 터진 '가짜 백수오' 사건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제품이 '가짜' 판정을 받아 충격적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께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가짜 백수오 사태가 수천 명이 참여하는 집단 소송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홈쇼핑 업체들은 다 환불해 주면 회사 망한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태를 이렇게까지 확대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셉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모든 것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일하는 기관인데 “무해하지만 먹지 마라” 등의 무책임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식품을 총괄하는 정부기관으로서 무책임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사회는 물론 경제까지 흔들어 놓은 이번‘가짜 백수오’ 사건은 의학계 내에서는 그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부 의사는 백수오 광풍에 편승해 직접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A홈쇼핑은 내츄럴엔도텍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백수오 상품을 제작해 지난 2012년 말부터 판매했습니다. 당시 A홈쇼핑은 해당 제품을 가정의학과 전문의 B씨와 함께 공동 개발했다고 홍보했으며 B씨는 직접 홈쇼핑에 출연해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일명 ‘쇼닥터’(닥터테이너)도 문제입니다. 쇼닥터란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술을 홍보하거나,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등 간접•과장•허위 광고를 하는 의사들을 일컫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는 ▲의학적 지식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하며 ▲시청자를 현혹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고 ▲방송매체를 의료인, 의료기관 또는 식품•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으며 ▲방송 출연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아서는 안되고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백수오 파동은 과장 광고에 가짜 소동이 일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와 의학계가 제대로 일을 해야 국민들이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 기능식품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