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 강을 따라 흐르는 젊음과 낭만
캠 강을 따라 흐르는 젊음과 낭만
영국 런던 캠브리지(Cambrige)
▲ 화창한 봄날, 캠 강에서 배를 타며 유유자적하게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82km 지점에는 배움으로 가득 찬 대학의 도시, 캠브리지가 있다. 인구 10여만 명 중에 2만 여명이 대학생과 교수로 구성된 캠브리지는 젊음, 이성, 철학, 낭만 등으로 가득한 학문의 전당이다. 영국에서 옥스퍼드와 함께 명문 칼리지로 유명한 캠브리지는 노벨상 수상자가 70여명에 이를 정도로 학문에 있어서, 세계최고의 대학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캠브리지는 학문의 중심지이지만, 세계인들에게 관광도시로서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여행지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700여 년이 넘는 오랜 전통 속에서 도시는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낡은 건물마다 중세의 아름다운 건축양식이 스며 있고, 지나치는 학생들의 힘찬 자전거 페달에 영국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캠브리지이다.
꿈과 희망이 도시 곳곳에 스며있는 이곳은, 1284년 칼리지 피터하우스가 개교한 이래 35개 칼리지(단과 대학)를 중심으로 대학 안에 도시가 건설되면서 발전하였다. 캠브리지를 가로 지르는 캠 강을 따라 들어선 칼리지들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며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자전거 행렬과 대학생들의 활기참과 열정에 캠브리지가 갖고 있는 패기와 젊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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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우아함과 멋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나는 킹스 칼리지 |
중세 건축물 대신 현대식 건축물들이 들어선 시내 중심 거리와 광장 |
젊음과 낭만 그리고 열정이 느껴지는 캠브리지 |
◀ 캠브리지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타게 되는 캠 강의 명물, 나룻배
런던 킹스 크로스 역에서 기차로 1시간 달리면 도착하는 캠브리지. 역을 나와 힐스 로드를 따라가면 수 만평의 녹색 잔디가 인상적인 파커스 피스(Parker's Piece)광장을 만난다. 여의도 광장 만한 이 공원은 온통 푸른 잔디가 깔려 있어 현지인들과 학생, 그리고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캠퍼스의 낭만과 사랑을 풍성하게 한다. 짙은 녹색 잔디와 푸른 하늘이 환상적인 파커스 피스는 여행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자 주변에는 카페, 레스토랑, 슈퍼 등 다양한 상가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한마디로 꿈과 낭만 그리고 청년들의 풋풋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야말로 대학의 도시다운 진면목을 선사한다. 좀 더 캠브리지의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발걸음을 도시 중심부로 이동하면 캠브리지만이 가진 특유의 역동적이고 활기찬 이미지가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을 매혹시킨다.
시내 한가운데 펼쳐진 재래시장과 칼리지 주변의 카페, 레스토랑 등등. 가는 곳마다 생활의 활력이 넘쳐나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제공한다. 시내 중심은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캠 강 쪽으로 달려가면 중세의 고풍스러움이 도시를 한 층 더 멋스럽게 연출한다. 어쩌면 캠브리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칼리지들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캠 강을 따라 들어선 칼리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사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보려고 이곳을 찾지 않는다. 대부분 대학 도시의 젊음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캠브리지를 방문한다. 불행하게도 여름철에 가면 모든 칼리지들이 방학을 하기 때문에 캠퍼스 안을 방문할 수 없다. 물론 여행자들을 위해 어떤 곳은 개방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방학기간에만 일반인들에게 내부를 공개하기도 한다. 봄가을이 캠브리지를 여행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이다.
보통 칼리지 입구에 항상 개방 여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캠퍼스를 방문할 수 있다. 이곳과 비슷한 옥스퍼드도 마찬가지다. 항상 캠브리지를 이야기 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곳이 바로 옥스퍼드이다. 두 대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어, 우리의 연세대와 고려대처럼 선의의 경쟁관계 속에서 수백 년 동안 우정을 나눠왔다. 하지만 옥스퍼드는 이성과 철학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대학이 강점이라면 캠브리지는 물리, 화학, 이공계 등 자연과학이 학문의 밑바탕을 이룬다. 또한 캠브리지가 생겨난 배경은 1209년 옥스퍼드 시장이 죄도 없는 학생 3명을 부녀자 살해자로 처형을 하자, 이에 대한 항의로 교수와 학생들이 옥스퍼드를 빠져 나와 캠브리지로 이주하면서 이곳이 대학도시로 발전됐다고 한다. 그래서 두 대학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지만 속으로는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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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스 피스에서 따스한 봄햇살을 즐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
우리의 대학 캠퍼스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캠브리지의 칼리지 |
시내 중심에 서 있는 이정표와 고풍스런 캠브리지의 건축물들 |
모처럼 맑게 갠 하늘을 등지고 꿈과 낭만이 흐르는 캠퍼스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서른 개가 훌쩍 넘는 칼리지를 모두 방문하기에는 하루라는 시간이 굉장히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칼리지들이 저마다 독특한 멋과 전통을 지니고 있어, 욕심은 나지만 시간과 체력이 받쳐주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예배당이 아름다운 킹스 칼리지, 노벨 수상자를 수 없이 배출한 트리니티 칼리지, 캠 강과 가장 멋진 모습을 연출하는 퀸스 칼리지 등은 꼭 방문하길 권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풍스럽고 중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 바로 킹스 칼리지이다. 이곳은 1441년 이튼 칼리지의 학생들을 위해 헨리 6세가 세운 학문의 상아탑이다. 고딕 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학건물이자 그 옆에 킹스 칼리지 성당이 함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옥스퍼드의 크리스트처치처럼 킹스 칼리지도 성당이 있는데, 크리스트처치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성당 내부는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거룩하고 신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대학 캠퍼스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환희로 넘쳐난다면 성당은 평온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처럼 주옥같은 명예의 대학들을 여행하다보면 캠브리지의 상징적인 캠 강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진다. 캠브리지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캠 강과 그 위에 놓인 수학의 다리는 이 도시의 목가적인 풍경을 안겨준다.
기하학적 이론에 따라 디자인된 수학의 다리는 이 도시의 아이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나 한가롭게 보이는 캠브리지의 캠퍼스를 걷다가 잠시 캠 강 한 구석 잔디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면서 이곳을 스쳐지나간 위대한 인물들의 흔적을 가슴에 떠올리며 상상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마 아이작 뉴턴도 캠퍼스 나무 그늘아래서 낮잠을 즐기다가 만유인력을 발견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시인 바이런은 대학시절 조각배를 타고 캠 강을 달리면서 강과 어우러진 숲, 중세풍의 골목길, 푸른 잔디위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 등을 보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노래했을 것이다. 바이런처럼 시인이 아니더라도 캠브리지에 머무르는 순간 모두 시인이 되어 멋진 시 한수를 읊게 된다.
◀ 짙푸른 담장이로 뒤덮인 캠브리지의 건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