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의 난대상록활엽수림 지대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상록활엽수림 지대
선조의 숨결 깃든 선흘곶자왈
제주에서는 숲을 보통 ‘곶’이라고 불러왔다. 최근에는 ‘곶’중에서 용암지대위에 형성된 일정한 지역의 숲을 곶자왈이라 이름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
곶자왈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숲은 사계절 쉬지 않고 산소를 내뿜어주는 제주의 허파로,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스펀지처럼 빗물을 빨아들이는 지하수 함양원으로, 많은 생명들을 품어주는 생명들의 서식처로, 개발의 땅에서 피신하는 생명들의 피난처로, 나아가 숲치유의 공간으로, 숲체험학습의 공간으로, 생태관광객들의 휴양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곶자왈은 제주도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다.
2012년 WCC총회에서 곶자왈의 보전에 대한 의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 외국의 대표는 곶자왈을 ‘God Jewel’, 즉 ‘신이 주신 보석’이라고 표현했다. 참 멋진 표현이다. ‘신이 주신 보석’, 이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 있을까? 제주사람보다 곶자왈을 훨씬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표현한 것 같다.
조천읍 선흘리 마을에는 선흘곶자왈이라는 넓고 울창한 숲이 있다. 선흘마을에 있는 알바메기 오름 정상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활한 선흘곶자왈의 전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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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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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섭이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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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시물굴 |
‘선흘’이란 이름은 ‘서있는 숲’이란 뜻이다. 키가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숲이었던 것 같다. 동백동산을 포함하고 있는 선흘곶자왈은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상록활엽수림지대다.
곶자왈 속에는 용암동굴을 포함한 용암지형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용암지형들은 지구 깊숙한 곳에서 분출되어 흐르는 용암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다. 용암지형 위에 울창한 숲, 곶자왈이 형성된 것이다.
이와 같은 용암지형위에서 많은 생명들이 관계를 맺으며 힘찬 삶을 이어 왔다. 마을주민들은 이곳을 신앙터로, 생활도구를 제작할 재료를 구하는 장소로,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터로, 먹을 것과 약초를 채집하는 생태곳간으로, 농사를 짓는 산전(농경지)으로, 숯을 굽는 숯가마터로, 우마를 기르는 목장으로, 난리를 피하기 위한 피난처로 삼기도 하면서 관계를 맺어 왔다.
선흘곶자왈 속에는 오랜 세월동안 이렇게 관계 맺어온 모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선사시대 바위그늘집자리 1기, 숯을 생산했던 숯가마 80여기, 숯막(숯을 구울 때 사용했던 임시거처) 50여기, 산전(농경지) 2곳, 사냥과 관련된 노루함정인 노루텅 7기, 음용 또는 마소용 돌담연못 10여 개소, 신앙과 관련된 곳 2개소 등 풍부한 역사문화유적이 발견되어 조사, 연구되고 있다. 선흘마을의 주민들에게 곶자왈은 ‘신이 주신 보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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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가마터(돌) |
음용수터 |
타원형숯막 |
목시물굴, 대섭이굴, 도틀굴 등의 용암동굴은 이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4.3’을 겪는 동안 희생을 당했던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문화유적을 통해 이 지역주민들이 선흘곶자왈과 맺어온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유적들은 선흘곶자왈뿐 아니라 제주에 넓게 분포해 있는 곶자왈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한때 곶자왈이 황폐해져 별 쓸모없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세상이 바뀌고 곶자왈의 역사문화적인 가치, 지질학적인 가치, 생태적인 가치들이 밝혀지면서 곶자왈은 우리에게 새로운 관계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 또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신이 주신 보석’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곶자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우리 모두의 보물이다.
곶자왈의 현대적 함의를 음미해보고 곶자왈과 관계를 맺어왔던 선조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곶자왈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제주의 숲, 곶자왈은 옛 주민들에게도 소중한 곳이었고,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소중한 곳임에 틀림이 없다. 미래 세대들에게도 이 소중한 숲을 온전히 물려주었으면 좋겠다.<제주숲해설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