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美人이 되고 싶은 욕망은 전쟁까지 불사
역사 속 세상만사- 미인 대회 -
최고 美人이 되고 싶은 욕망은 전쟁까지 불사
얼마 전 대한민국이 미인대회와 관련해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한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미얀마의 메이 타 테 아웅(16)이 우승을 박탈당한 뒤 왕관을 가지고 잠적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월 한국의 한 단체가 주관한 ‘미스 아시아 퍼시픽 월드 2014’의 최종 우승자로 선발된 아웅은 석 달 뒤, 주최 측이 그녀의 불성실을 이유로 우승을 취소하자 시가 2억원 상당의 왕관을 갖고 자취를 감추었다. 2011년 오랜 군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미얀마에서는 국제미인대회에 참여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아웅이 미얀마 최초의 국제미인대회 우승자인 셈이었다. 당연히 미얀마 국민들의 관심도 컸다.
처음에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아웅이 왕관을 갖고 도망갔다고 생각했지만, 수수께끼 같은 아웅의 잠적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성접대 강요’때문이었다. 그녀는 미얀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회 관계자가 성접대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아웅은 “그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우리나라 존엄성이 위협받고, 내 행동이 조국의 명예를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회 관계자가 아웅에게 고위층에 대한 성접대를 강요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미얀마에서 한류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이 사건으로 미얀마와 한국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감정의 앙금이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신화 속에도 미인대회가 있었을까. 당연히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 아니 가장 아름다운 여신들이 눈앞에서 서서 저마다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판정해 달라고 하는 상황. 게다가 그 여신들 각자가 자기를 뽑아주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주겠노라고 약속까지 하는 상황… 이것은 남자들이 꿈꿔볼 수 있는 가장 멋진 상황 중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이것은 아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고 심지어 악몽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 미인대회에서 탈락한 여신들은 잊혀지지 않는 분노로 그 수치에 대한 보복을 하려 하지 않을까.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파리스 왕자는 바로 이 꿈과 악몽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헤카베가 파리스를 임신했을 때, 그녀는 트로이가 모두 불타고 망하는 악몽을 꾼다. 왕과 왕비는 예언자에게 해몽을 부탁한다. 예언자는 왕비가 낳을 아들이 트로이에 무서운 종말을 가져다 줄 거라고 꿈을 해석해준다. 프리아모스 왕은 무거운 마음으로 아들을 산 밑에 내다버리도록 조치하지만 파리스는 곰의 젖을 먹고 자라나 어느덧 용감하고 잘생긴 청년으로 성장한다. 성년이 된 파리스가 트로이의 왕궁을 찾아가자 가족들은 그가 태어났을 때의 암울한 예언을 잊고 반가이 그를 맞아들였다.
어느 날 파리스가 이다 산에서 아버지의 소떼를 돌보고 있을 때 갑자기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나타나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그를 찾아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진귀한 방문에는 사정이 있었다.
후에 아킬레우스의 아버지가 될 영웅 펠레우스와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모든 신들이 다 초대되었는데,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빠져 있었다. 결혼식이 평화롭게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여신에게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욕감을 느낀 에리스는 신들 사이에 싸움을 붙이기로 작정했다. 불화의 여신은 하객들 모두가 만찬의 자리에 앉아 있을 때를 노려 그들 사이에 황금사과를 던졌다. 그 사과 위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는 글귀가 씌어있었다. 그 즉시 이 사과를 놓고 헤라와 아테나와 아프로디테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여자들 사이의 싸움에 끼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제우스는 심판관의 역할을 사양하면서 인간으로 하여금 최고의 미인을 결정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 심판관으로 선정된 것이 바로 파리스인 것이다.
이렇게 하여 여신들은 이다 산 자락의 초원에 있는 파리스 앞에 서서 그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신들의 어머니 헤라는 커다란 나라의 왕좌를, 여전사 아테나 여신은 모든 전투에서의 승리를 약속하며 그를 유혹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 여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즉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나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파리스는 오래 망설이지 않고 헬레나를 선택하며 황금 사과를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주었다.
이렇게 하여 파리스는 신들 중 하나를 우군으로, 그리고 둘을 적으로 두게 되었다. 아프로디테는 파리스가 헬레나의 호감을 얻어 그녀를 스파르타에서 트로이로 데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헤라와 아테나는 그의 행운이 그리 오래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 여신들은 메넬라오스와 그가 모집한 그리스 영웅들이 헬레나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에서 싸울 때 그들을 지원했지만 많은 영웅들이 이 전쟁에서 스러져갔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신들 사이의 질투심,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파리스에게 있었다. 트로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을 때 파리스의 모친 헤카베의 악몽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현실과 신화에서의 미인대회 모두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주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