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는 제물로 바쳐진 처녀에게 반해…
- 낭만적 사랑의 전형 -
페르세우스는 제물로 바쳐진 처녀에게 반해…
얼마 전 한국 영화계 뿐만 아니라 헐리웃에까지 진출해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잘나가던 한 남자 배우가 부인이 외국에 출타한 사이에 벌인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매우 젊은 여자 연예인의 집에 놀러가 술마시며 음담패설을 건넸다가 그것을 빌미로 두 명의 나이어린 여성들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이 사람의 스캔들에서 약간의 비애를 느낀다. 신화에서 역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가슴속에 새겨져온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전형이 산산이 깨져감에서 오는 아쉬움 때문일까. 오늘은 신화 속 멋진 사랑이야기로 이런 아픔을 살짝 달래보자.
영웅적인 행동을 통해 아름다운 처녀의 감사와 사랑을 얻어내는 것은 모든 남자들의 영원한 꿈일 것이다. 예로부터 멋진 청년이나 기사가 위기에 처한 공주나 미녀를 악당으로부터 구하고 사랑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는 수 천 년간 인류의 사랑이야기에 단골메뉴로 등장해왔다. 용(괴물)을 죽이고 아름다운 공주를 구출해내는 페르세우스의 낭만적인 모험담은 시대를 거치면서 거듭 새로운 버전들로 변화하며 전해져왔다. 어린 시절 우리가 접했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이야기들도 모두 이러한 맥락이 전승되어 온 것이다.
제우스와 다나에 사이에서 태어난 페르세우스는 이미 메두사의 머리를 베는 위대한 일을 해낸 영웅이었다. 바라보는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루에 담아 가지고 다녔고, 하늘을 나는 신비한 신발도 가지고 있었다. 이 신발 덕분에 메두사의 자매들인 고르곤에게 잡히지 않고 탈출할 수 있었던 그는 리비아와 이집트를 거쳐 페케우스 왕과 허영심 많은 왕비 카시오페이아가 다스리는 에티오피아까지 날아갔다.
카시오페이아는 자신이 바다의 여신인 네레이데스들보다 더 아름답다고 우쭐거렸고, 여신들은 그들의 보호자 포세이돈에게 가서 이 오만한 여인을 벌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바다 괴물을 보내 에티오피아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케페우스는 신탁에 그의 백성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묻게 되는데 이때 우리가 은하계 명으로 잘 알고 있는 이름이 등장한다. ‘안드로메다’. 그 대답이란 바로 케페우스의 딸인 안드로메다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신하와 백성들의 요구에 못이긴 케페우스는 자신의 딸을 바닷가 바위에 쇠사슬로 묶은 채 무서운 괴물에게 제물로 바치게 된다.
페르세우스는 이 아름다운 처녀를 하늘에서 바라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든다. 그는 땅으로 내려와 울고 있는 처녀의 부모에게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그들의 딸과 나라의 반을 자신에게 준다면 그 끔찍한 괴물을 처치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괴물이 막 나타난 터라 다급한 부부는 페르세우스가 내건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 날개달린 신발을 신고 있는 페르세우스는 즉시 하늘로 날아올라 용을 향해 돌진했고 격렬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는 용을 처치했다.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는 딸을 구해준 것에 깊이 감사하며 성대한 축하연을 열었다. 그러나 갑자기 케페우스의 동생 피네우스가 한 무리의 무장한 부하들을 이끌고 축하연장에 나타났다. 그제서야 케페우스 부부는 안드로메다가 원래 숙부인 피네우스와 약혼한 사이임을 고백한다. 이제 페르세우스와 그의 편인 몇 명 안 되는 에티오피아인들은 피네우스와 그가 데리고 온 수많은 무사들과 대적하게 되었다. 페르세우스는 사자처럼 용감히 싸웠지만 수적으로 불리한 그의 편은 점차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페르세우스는 결국 최후의 수단인 메두사의 머리를 적들을 향해 꺼내들었고 그들을 모두 돌로 만들어 버린다.
그로부터 1년 후 페르세우스는 아내 안드로메다를 데리고 어머니인 다나에가 기다리고 있는 세리포스 섬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그동안 다나에를 괴롭혀온 고약한 폴리텍테스 왕을 왕좌에서 몰아내고 현명한 인물을 왕좌에 앉혔다. 그 후 페르세우스는 날개 달린 신발을 원래의 주인인 요정들에게 되돌려주고, 메두사의 머리는 아테나 여신에게 바쳤다. 그 이후로 메두사의 머리는 아테나 여신의 방패를 장식하게 되었다.
한편 중세의 이야기에서도 멋진 영웅과 공주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성 게오르크(세인트 조지, 세인트 게오르기우스, 산 죠르디, 산 호르헤 등 언어별로 다양하게 불린다)는 중세에 가장 사랑받던 성인 중 하나다. 그는 기사들의 모범이었으며, 유럽 여러 나라의 수호성인이었다. 그와 관련된 전설에도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신화가 살아서 이어진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을 괴롭히는 용이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용에게 매일 처녀를 바쳐야 했는데, 결국 공주의 차례까지 왔다. 용에게 제물로 바쳐진 공주를 용이 잡아먹으려 하는 순간, 말을 타고 나타난 멋있는 기사가 순식간에 용을 찔러 죽인다. 용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고, 피가 스며든 그 자리에 마법처럼 장미꽃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 그 장미꽃을 꺾어 공주에게 바치면서 기사는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된다는 전설이다.
훗날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와의 사이에 많은 아이를 낳았다. 그 후손 중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몇 명은 유명한 영웅으로 자라나 유력한 가문의 조상이 되었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낭만적인 사랑도 이렇게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