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8월
등록금 부담 감소는 교육선진국 향한 발걸음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방학동안 대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치열한 아르바이트 경쟁을 벌이는 등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다.
하지만 짧은 방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급한 마음에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빌려 쓰다, 피해를 보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5만명의 대학생들이 대부업체에서 약 800억원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빌려쓰고 있다. 이는 작년 대비 인원은 57.2%, 금액은 40.4% 증가한 수치로 확인됐다. 이러한 선택은 공부하는 학생 시절부터 이미 신용불량 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들이다.
사회가 끊임없이 고학력자를 원하다보니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0%대로, 해외에 비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약 50% 정도의 고등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대학진학률이 30~35% 정도에 불과하다. 교육 강국인 대학 진학률이 이처럼 낮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그만큼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 학부모도 많다는 뜻이다.
대학등록금 부담이 큰 것은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다. 가장 비싼 미국을 들여다보면 하버드 대학 등록금은 1년 기준 약 4만 달러(약 4200만원)에 가까우며, 여기에 기숙사 및 식비는 1만 2801달러(약 1천 2백만 원), 또 책값과 용돈을 합치면 총 6만 달러(약 6천만 원)가 들어간다. 미국 상위권 사립대학 대부분의 학비가 이 정도 수준이다. 주립대학들도 학비는 만만치 않다. 명문 주립대인 미시간 대학의 1년 학비는 3만7782달러(약 4000만원) 기숙사비와 식대가 1만258달러(약 1천 3백만 원)로 총 학비는 약 5천만 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1년에 억대의 소득을 가진 부모라도 5~6천만 원이나 되는 자식의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명문대학과 주립대학 이외에 학비가 비교적 저렴한 대학들도 있지만, 좀 더 좋은 여건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미국과 한국의 부모, 자식 모두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명문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 부자들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은 등록금은 비싸지만 전체 대학생의 3분의 2 정도가 연방정부의 학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무상장학금을 받는 학생만 33%에 달한다. 미국에서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는 연간 833만 명이며, 학자금대출 학생도 1230만 명에 다다른다. 미국대학의 특징은 ‘학자금 보조’가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장학금이라고 하면 공부를 잘해서 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가정이 어려운 경우 지원해 주는 ‘학비 보조금(Need Based Grant)’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역시 대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필자가 재직중인 한국장학재단은 2011년도 2학기 대학(원) 신입생, 재학생 중 학자금대출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오는 9월 30일까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든든학자금)’등 정부지원 등록금 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이미 다른데서 돈을 빌려 등록금을 납부했더라도 신청이 가능하다.
‘든든학자금’은 경제적 여건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돕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담은 ‘학자금 대출제도’다. 학자금 대출을 원하는 소득 7분위 이하의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대출해줘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 취직을 하여 상환여력이 생기면 그때부터 원리금을 나누어 갚는 제도다. 또 빌려 쓴 등록금의 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재학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돕겠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이번학기 대출 금리는 4.9%로 매년 낮아져 왔다.
또 국가장학금 제도로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연간 450만원 등록금 범위 내에서 지원해주는 미래드림 장학금(신청기간 오는 10월 31일까지)을 실시하고 있다. 자세한 장학금과 정부지원 대출을 알아보려면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www.kosaf.go.kr) 를 참조하면 된다.
든든학자금과 국가장학제도는 대한민국이 교육 선진국으로 가까이 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학자금 대출의 이자가 좀 더 낮아지길 원하는 것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당연한 바램이다. 정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또 교육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기초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든든학자금 대출제도는 고등교육기회 확대를 통한 인재대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부가 획기적인 결단으로 도입한 학자금 제도인 만큼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 또 교육 선진국으로 발전하기위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시각으로 이 제도의 사회적인 효용을 높여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 시점에서 대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과중한 학자금 부담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벗어나 학업에 전념 할 수 있는 시간과 열정의 확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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